박근혜-이명박 여론조사 신경전… 초반부터 난항

  • 입력 2007년 3월 13일 13시 34분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위원장 김수한)가 당 지도부의 활동시한 연장 지침에 따라 13일부터 활동을 재개했지만 합의안 도출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초반부터 삐걱댈 조짐이다.

최고위원회가 전날 국민과 당원 비율을 5대 5로 하는 일정 수의 집단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이를 토대로 단일안을 마련하라고 경준위에 주문한 데 대해 양대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이 극명하게 엇갈린 입장을 보이면서 합의안 도출에 난항을 예고하고 있는 것.

이 전 시장측은 경준위가 처음 마련한 '7월-20만명', '9월-23만명' 두 개 중재안을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깨끗하게 하나를 선택하자는 입장인 반면, 박 전 대표측은 여론조사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압도적인 격차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시장측은 여론조사 결과가 자신들이 원하는 '7월안 우세'로 나올 것이라는 판단에서, 아직까지 지지율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박 전 대표는 희망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에서 각각 전략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전 시장측 박형준 의원은 "이미 7월안, 9월안이 나와 있고 거기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엇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경준위 논의 과정에서는 여론조사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면서 "입장이 엇갈릴 땐 국민과 당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두 개 안을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단일안을 결정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 김재원 의원은 "대선 후보를 뽑는데 있어서는 본선 승리를 감안한 고도의 전략적 사고와 계산이 필요한데 무작정 국민의 판단에만 맡겨서야 되겠느냐. 여론조사를 돌려서 뭣하겠느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경준위가 여론조사를 굳이 하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이 경우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 생각이 어떻다'는 정도의 단순 참고자료로만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양측은 이날 오후 열리는 경준위 2라운드 첫 회의에서 이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경준위 간사위원인 김성조 의원은 "여론조사를 어떻게 실시하고 어떻게 반영할지, 또 지금 나온 두 개의 중재안에 대해서만 논의할지 아니면 절충안도 논의할지 등에 대해선 오늘부터 논의를 해 봐야 한다"면서 "경선 룰 논의는 당이 화합하고 손 전 지사를 끌어안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준위 불참'을 선언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과 원희룡 의원은 외곽에서 '경선 불참' 배수진을 거듭 상기시키며 양대 주자 및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경준위에는 불참하지만 경선 룰 논의가 지금처럼 양대 주자 위주로만 흘러가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측 정문헌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중대결심'과 관련해 "탈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워낙 정치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상황을 예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가능성을 완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경선 불참 가능성과 관련해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원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박-이 '빅2'가 지금처럼 일방적 힘겨루기로 가고, 당이 여러 세력을 아우르는 진지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면 거기에 맞는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전개에 따라 경선 불참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거듭 내비쳤다.

경선 룰 논의가 대선주자 간의 갈등을 넘어 당내 분열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당내에서 '적전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국민은 경선 룰 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당의 모습을 우려 깊게 쳐다보고 있다"면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왜 정권교체를 앞두고 당이 단합하지 못하느냐', '이러다가 당이 갈라지는 것 아니냐'는 등 우려의 목소리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보 간 논쟁이 격화되면서 지역조직이 분열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면서 "경선 룰 논의가 조기에 종결되지 않으면 그 책임은 모두 당 지도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원협의회(옛 지구당) 조직의 분열을 막기 위한 '16개 시도당위원장 협의체' 구성을 공개 제안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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