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출판인-자영업… 돈 낼 때마다 직업 달리 써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06년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상황에서도 부실 신고 등의 문제가 일부 드러났다.

실명 공개대상(1인당 연간 120만 원 초과) 기부금 명단을 보면 어학원 대표 A 씨는 지난해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500만 원을 기부하며 자신의 직업을 ‘기업인’이라고 기재했다.

A 씨는 또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무소속 김한길 의원에게 500만 원을 기부할 때는 직업을 ‘출판인’이라고 썼고,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에게 400만 원을 낼 때는 ‘자영업’으로 적었다.

실명 공개대상 기부금 중 직업란을 아예 비워 둔 기부금은 2005년 6억8275만 원(전체 공개대상 기부금의 6.5%)에서 2006년 8억3233만 원(7.6%)으로 늘었다. 직업을 ‘사업·회사원’ 등으로 막연하게 기재한 경우도 2005년 46억여 원(44.2%)에서 2006년 51억여 원(46.4%)으로 늘었다. 실명 공개대상 기부금의 절반 이상이 후원자의 신분을 제대로 알 수 없게 돼 있는 것. 이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연간 120만 원을 초과해 기부한 사람의 실명을 공개하도록 한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J구 구청장이 이 지역 국회의원에게 후원금 300만 원을 내는 등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해당 지역구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례가 200여 건이나 됐다. 지난해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있던 해였기 때문에 단체장·지방의원들이 해당 지역구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것은 공천을 의식한 부적절한 기부가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있다.

‘알짜’ 상임위로 불리는 건설교통위원회 재정경제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기부금이 몰리는 현상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