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차남 ‘홍업씨 출마’, 여권 “지지” - 지역 “냉랭”

김홍업(57) 전 아태재단 부이사장이 15일 무안군 선거관리위원회에 4.25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전남도의회 기자실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57ㆍ전 아태재단 부이사장) 씨는 15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내달 25일 치러지는 전남 무안·신안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씨는 이날 오전 무안군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분열된 민주·평화 세력을 하나로 묶는 데 밀알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주·평화세력의 통합’에 대해 “새천년민주당 분당 이전의 민주당을 일컫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번 선거는 흩어진 이 나라의 민주·평화세력을 다시 통합해 내는 출발점이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기회를 주신다면 이번 선거의 의미를 충실히 실현하고 완수하는 데 정치생명을 다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김홍업 출마’, 범여권 “지지” VS 지역민심 “반대”

김 씨의 출마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등 범여권은 한목소리로 “범여권 통합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지지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홍업 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은 대통합신당 창당을 위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무안·신안은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인데, 그곳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양보를 해준다면 대통합을 위한 민주당의 의지 표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크게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원내대표는 “경기 화성이나 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도 통합을 희망하는 각 정파들이 좋은 후보를 공동으로 물색해서 무소속으로 추천한 뒤 그 후보를 지지한다면 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고 밝혔다.

설훈 전 민주당 의원도 “김 씨의 출마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 범여권 입장에서 본다면 통합을 위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통합에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염동연 의원은 “김 씨가 출마한다면 지역발전과 나라발전을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지역 민심은 싸늘하다. 전남·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목포YMCA 등 26개 지역시민단체로 구성된 전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광주지역 26개 시민단체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비리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은 김 씨가 정계개편이라는 정치상황을 이용해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 씨의 출마는 호남을 무시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또한 “김 전 대통령의 장남 홍일 씨가 권노갑 전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고 차남 홍업 씨는 한화갑 전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며 “이는 김 전 대통령까지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