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는 석유 수송로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일본과 태평양지역의 해양 주도권을 쥐려는 호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이 이면에 깔려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미-일-호주 간의 ‘아태 신(新)삼각동맹’이 막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아태지역 안보전략의 중심축을 한미일에서 미-일-호주로 옮기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3국 외교·국방장관의 연쇄 접촉과 딕 체니 미 부통령의 일본 호주 순방 끝에 일-호주 공동선언이 나온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호주의 공동선언에서 3국 간 전략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두 나라의 공동선언이 지역 내 평화와 안정, 협력의 질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측의 회의(懷疑)와 불신, 그 틈을 본 일본의 대(對)아시아 전략이 미-일-호주 신삼각동맹을 촉진시킨 것이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미국의 ‘제2차 아미티지 보고서’는 “한국이 미일보다는 중국과 같은 줄에 서 있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의 탈미(脫美) 경향이 이런 지정학적 세력 재편의 한 계기가 되지 않았는지 헤아려 볼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6자회담을 동북아 안보협력대화의 틀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우리의 노력도 힘을 받기 어렵다. 자칫하다가는 미-일-호주를 중심으로 한 ‘해양세력’과 중국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대륙세력’ 사이에서 홀로 남겨질 수 있다. 동아시아 세력구도가 그런 방향으로 재편된다면 이에 따른 외교 안보적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우리 외교 안보의 최우선 과제인 북핵 제거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 주변 정세의 변화와 맞물려 선(善)순환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칫하면 우리가 동아시아의 미아(迷兒)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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