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홍업 씨 보선 출마에 DJ 눈치나 보는 與圈

  • 입력 2007년 3월 17일 00시 36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가 4·25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함으로써 출마를 공식화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자체 후보를 내자니 DJ에게 도전한다는 인상을 줄 것 같고, 내지 않자니 서로 짜고 홍업 씨를 밀어준다는 비판을 받을 것 같아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공당(公黨)으로서 떳떳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당정치의 근본을 훼손하는 전형적인 구태(舊態)다.

DJ는 말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면서도 실제로는 범여권과 민주당에 통합을 주문하는 등 현실정치에 간여하고 있고, 두 당은 그의 눈치 보기에 바쁘다. 올해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호남에 영향력이 있는 DJ의 도움이 아쉬운지 모르지만, 결국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형국이다. 정치개혁이니 정치 선진화니 하는 말은 다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다.

홍업 씨의 출마부터가 잘못이다. 그는 DJ의 대통령 재임 시절에 이권청탁과 정치자금 명목으로 47억여 원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죄로 1년 6개월간 복역했다. 2005년 8월 사면복권돼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해도 아버지의 후광으로 세 번씩이나 국회의원이 된 형 홍일 씨에 이어 또다시 ‘특혜 대물림’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 더구나 죄질이 나쁜 비리(非理) 전력까지 있지 않은가.

홍업 씨의 출마를 여권과 결탁한 동교동계(DJ계보)의 정치 재개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얼마 전 특별사면된 권노갑, 박지원 씨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박 씨가 전례 없이 어제 전직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DJ는 현실정치에서 손을 떼는 것이 정도(正道)다. ‘좌파 정권’의 재창출로 햇볕정책과 같은 자신의 정치노선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보신(保身)도 해야겠다는 생각이겠지만 평가는 역사가 하는 것이다. 지역주의와 보스정치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홍업 씨의 출마부터 말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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