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지사 '남느냐, 떠나느냐 고심중'

  • 입력 2007년 3월 18일 17시 25분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17일 강원도 설악산 일대 사찰에서 사흘째 칩거하면서 향후 행보를 놓고 장고(長考)를 계속했다.

손 전 지사는 전날 밤 10시30분까지 강원도 원통 설악산 소청봉 북서쪽에 위치한 '봉정암(백담사 부속 사찰)'에 머물다 이날 새벽 3시40분경 백담사 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손 전 지사가 칩거 첫날 머물렀던 낙산사 주지인 정념 스님은 전날 밤 손 전 지사 측으로부터 하산 소식을 듣고 백담사로 이동, 손 전 지사를 만나 5분간 대화를 나눴다.

정념 스님은 "손 전 지사가 낙산사에 머물 때보다 자신있고 여유있는 모습이었다"면서 "마음의 정리가 되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초선 의원들이 의욕있고 목소리를 낼 줄 알았는 데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는 것에 손 전 지사가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면서 "진정한 보수를 위해 (당의) 개혁이 필요한데 그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이어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에서 들리지 않는다. 변화와 시대에 맞는 목소리가 사라졌다. 양쪽에 줄을 서는 데 가 있다"고 말했다고 스님은 전했다.

그는 또 "차기(대권 도전)를 말하는 데 이 시대 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스님은 덧붙였다.

손 전 지사는 봉정암에서 하산한 뒤 인제군 용화사로 이동, 휴식을 취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는 오후 3시30분경 원통으로 오던 박종희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나 는 강원도를 완전히 벗어났다"라고 말했다고 박 실장이 전했다.

앞서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이날 정오께 자신을 만나러 오기로 한 것과 관련, 새벽 4시30분경 박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지금 봉정암에 있지 않다. 대표는 나와 오늘 못 만나니 내일이나 모레쯤 연락을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실장은 오전 8시40분경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에게 연락, 손 전지사의 의사를 전했고 이에 따라 원통으로 향하던 강 대표는 오전 9시15분경 차를 서울로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지사는 귀경 일정에 대해 "내일이고 언제고, 적당한 때 가야지"라며 칩거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고 박 실장은 전했다.

손 전 지사의 현재 화두는 "경선 불참 여부보다는 더 큰 차원의 고민"이라고 측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경선 불참 여부를 결정한 뒤 다음 행보에 대해 고민하는 수순이 아니라 '더 큰 차원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내려야만 경선 불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

'더 큰 차원의 고민'은 모든 '정치적 가능성'을 포함할 수 있으나 그 실체는 손전 지사 본인만이 알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일단은 손 전 지사가 탈당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손 전 지사의 핵심 측근도 "손 전 지사는 경선 참여 여부라는 작은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당에) 남을 것이냐, 떠날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다만 그가 실제로 탈당을 결행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캠프내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손 전 지사는 현재 한나라당 지도부와 경쟁 주자들의 '구정치적 행태'에 크게 실망한 나머지, 새로운 정치 문화와 질서를 만드는 방안까지 포함한 근본적 고뇌에 빠져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손 전 지사가 경선 불참과 탈당에 이어 중도 성향의 '제3 세력'을 규합해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이 '큰 차원의 고민'에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캠프 일각에서는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손 전 지사가 평소 탈당설이 나올 때마다 "내 입을 보지 말고 내 (일관된) 행적을 보라", "한나라당의 주인으로서 더 큰 한나라당을 만들겠다"고 거듭 말한 것으로 볼 때 당에 남아 당 개혁과 정권 창출에 기여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경선에 불참하고 '백의종군'할 가능성, 당의 태도 여하에 따라 경선 참여를 극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일단 캠프 내부에서는 탈당에 대해서는 만류하는 견해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희 비서실장은 원통의 한 찻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손 전 지사가) 노출될 일이 없을 것"이라며 "언제 오신다는 말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내일 오후를 넘어 모레쯤 입장을 밝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손 전 지사가 칩거하기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당에서도 손 전 지사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손 전 지사의 향후 행보에 대해 추측이 너무 많이 나와 향후 거취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일로 당과 손 전 지사 모두 상처를 받았다"며 "특히 당 입장에서는 손 전 지사가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김이 샐 것이다. 현재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허상이라는 것을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 전 지사가 경선에 불참할 경우 여권이나 제 3지대 등에서 조금만 괜찮은 대선 후보가 나오면 그쪽으로 여론 지지가 확 쏠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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