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용득 위원장의 ‘對北 원칙’ 정부도 배워야

  • 입력 2007년 3월 18일 23시 42분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뚝심이 금강산 관광객에게 ‘한국’ 또는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해 줬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10여 년간 금강산을 찾은 개인이나 단체는 1998년 현대아산 측과 북한 당국 간 합의에 따라 ‘한국’이나 ‘대한민국’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한국노총’은 관광증명서에 ‘H노총’으로 써야 했던 것이다.

이 위원장은 작년 2월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 이를 무시하고 ‘한국노총’으로 명기했다. 북측은 거세게 반발하면서 “이름(표기)을 바꾸지 않으면 감금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이 위원장은 끝까지 버텼다. 이 일이 계기가 돼 올해부터 한국노총은 물론 ‘한국’ 또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모든 단체가 제 이름을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대북(對北) 저자세로 일관해 온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크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처음부터 이처럼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면 해마다 수천억 원어치의 쌀과 비료를 퍼 주면서도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는 입도 뻥긋 못하는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금강산에서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도 쓰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상호주의’에 입각한 것이라지만 이는 군색한 변명이다. 금강산 관광객의 거의 전부가 대한민국 국민인데 어떻게 상호주의가 적용될 수 있는가.

한국노총은 작년 9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노동부문 협력 실무접촉’ 때 북측 통행검사소 소장이 양정주 대외협력본부장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면서까지 ‘한국노총’으로 쓰지 말라고 협박했지만 듣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현대아산 측에도 북측과 이름 표기를 재협상하라고 권유해 결국 이를 관철했다. 끈질긴 대북 원칙 고수가 이루어낸 성과라 할 만하다. 북측을 자극하지 않는 데에만 온 신경을 써 온 정부가 배워야 할 용기요,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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