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근로자, 동토 시베리아 떠돈다

  • 입력 2007년 3월 20일 03시 01분


두만강 탈북 감시 초소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중국, 러시아의 국경을 넘는 북한 근로자들이 최근에는 시베리아 서쪽까지 진출하고 있다. 16일 북한 인민군 병사가 러시아 접경지역인 두만강 남쪽 북한군 초소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초소 옆에 북한 주민 탈출방지용 철책이 보인다. 하산(러시아)=정위용  특파원
두만강 탈북 감시 초소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중국, 러시아의 국경을 넘는 북한 근로자들이 최근에는 시베리아 서쪽까지 진출하고 있다. 16일 북한 인민군 병사가 러시아 접경지역인 두만강 남쪽 북한군 초소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초소 옆에 북한 주민 탈출방지용 철책이 보인다. 하산(러시아)=정위용 특파원
러시아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송출되는 북한 근로자 수십 명이 시베리아에서 서쪽으로 8000km 떨어진 곳까지 일하러 가는 현장이 목격됐다.

16일 러시아 하산 철도역 대합실에는 니제고로드스카야 주의 니즈니노브고로드 시 건설 현장에 투입될 남루한 차림의 북한 근로자 3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북한-러시아 접경지역인 하산 역은 러시아로 넘어 오는 대부분의 북한 열차가 종착하는 곳. 북한 근로자들은 이곳으로 와서 러시아 송출회사를 통해 인근 연해주 지역으로 보내져 주로 벌목장이나 건설장의 인부로 일해 왔다.

북한 근로자들은 “평양에서 출발할 때부터 니즈니노브고로드 건설 현장에서 합숙하며 일하는 것으로 알고 왔다”고 기자에게 털어놨다.

연해주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러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북한 근로자들이 집단 송출되는 현장이 목격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하산역사 밖에서 만난 이들은 “려비(여비)가 한 푼도 없다” “로씨야(러시아) 루블(화)은 구경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일행 중 한 근로자는 ‘한 달에 얼마를 받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현지에서 먹고살 만큼은 번다고 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에는 궁핍과 두려움이 내비쳤다.

기자가 주머니에 있던 300루블(약 1만500원)을 이들에게 나눠 주자 주위를 살피더니 “고맙게 쓰겠다”며 덥석 받았다. 40대 초반의 한 근로자는 기자의 나이를 묻더니 다짜고짜 “형님”이라고 부르며 손을 잡기도 했다.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북한 요원이 다가오자 다시 굳은 표정으로 대합실 안으로 사라졌다.

지난해까지 러시아 연해주 정부는 북한의 채무 불이행에 따라 북한 건설 인력을 한 해 최고 5000명씩 받기로 했다. 북한은 최근 근로자 송출을 확대하기 위해 러시아 연방 정부나 다른 지방 정부와 합의서를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하는 북한 건설 인력이 늘어나면서 나홋카의 총영사관을 블라디보스토크 외곽으로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또 북한 근로자를 위한 식당 두 곳을 열었다.

한 러시아 관계자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북한 근로자들이 넘치는 데다 월급이 적은 탓에 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고 휴일에 일하러 나가 작업 현장에서 돈을 받는 인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산(러시아)=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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