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21일 홈페이지에 올린 ‘개척자의 길은 외롭다’는 글에서 “손 전 지사의 결단에 대하여 돌을 던지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걸고 들어간다”며 “‘이인제 학습효과’란 나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만든 말인 것 같은데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솔직히 나 자신이나 그를 옹호 또는 변명할 생각이 별로 없다”며 “다만 나의 관점(觀點)과 진실을 말해보려 한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 의원은 손 전 지사와 자신은 “결단의 동기나 목적도 같지 않다”며 △당시 경선에 참여해 완주 했으며 △경선룰에 대해 시비를 걸어 본 일이 없고 △경선전 국민 지지에 있어서 이미 경쟁자를 더블스코어 앞서 있었고 △경선 이후 병역문제로 당 공식 후보에 등을 돌린 민심이 자신의 출마를 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손 전 지사의 결단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는 국민지지 이상으로 언론으로부터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아직 국민 지지를 끌어올릴 시간도 많이 있었는데 당을 떠나는 결단을 하리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97년 한나라당 패배에 내 책임 없다”
그는 “1997년 나는 대통령에 당선돼 세대교체를 실현하고 낡은 지역구도를 허물어 정치의 명예혁명을 이루고자 하였으나 실패했다”며 “시대의 소명을 받들지 못한 데 대하여 나는 무한의 책임을 면할 길이 없지만 한나라당에 져야 할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의 선택은 국민의 선택이지 나의 선택이 아니다. 국민이 김대중 정권을 선택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원망하던지 국민을 원망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나에 대한 저주를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인제 학습효과’라는 말을 만든 사람은 내가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람이라고 선전해 왔다”며 “그러나 큰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나의 결단은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민주주의 꽃을 피우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 전 지사의 비판처럼 지금 한나라당 대표는 1980년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광주에서 시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찬탈할 때 그 전위세력을 자처하고 나선 사람”이라며 “그가 언제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의 세례(洗禮)의식을 치렀는지 기억이 없다. 그저 편하게 지역패권에 기대오지 않았는가. 이런 사람이 민주주의를 내세워 남을 공격하니 할 말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그는 오직 시대가 그에게 요구하는 명분, 눈에 보이지 않는 대의(大義)를 위해 절벽 위에서 민심의 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다”며 “개척자의 길은 외롭다. 하지만 불굴의 용기와 신념이 있는 한 길은 열리게 마련이다. 그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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