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9·19공동성명에서 북한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 폐기를 약속했다. 2·13합의는 취약한 과정(fragile process)이다. 9·19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이고, 2·13합의서는 1차 시방서이다. 북한은 좀 예측하기 어렵다. 골치 아프고 알 수 없는 집단이다. 그런 것이 있어 2·13합의를 ‘취약한 과정’이라고 말한 것이다.
▽핵 불능화(disablement)=폐쇄는 핵 프로그램의 문을 닫고 셔터를 내리는 것이고, 불능화는 프로그램을 못 쓰게 하는 것이다. 불능화는 비확산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곧바로 폐기(dismantle)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불능화와 폐기를) 구분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폐차하려면 그냥 우그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기름과 엔진오일, 타이어의 위험 물질을 빼낸 뒤 하는 것 아니냐. 폐기의 전단계로서 불능화가 필요하다.
불능화는 사실상 해당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계적 작업을 하고 수리를 해야 한다. 불능화의 목표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시설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법=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북한이 새로운 영역에 들어갔다고 누구도 생각 안 한다. 핵 보유국이라고 인정도 안 한다. 프랙티셔너(실무당국자)로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간단한 견해를 갖고 있다.
북핵 문제는 경제적 차원에서는 전력 개발, 군사적 차원에서는 안보 강화, 정치적 차원에서의 (일인) 지배체제 강화 등 세 가지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핵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문제 자체는 물론 주변 국가와의 관계 정상화, 대북 지원의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핵만 제거하겠다는) 외과수술적 접근은 안 되고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북 투자=북핵 문제가 해결될 경우 한반도 안보위협 제거, 동북아 핵 확산 방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확보 등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전략적 과실이 많다. 투자할 곳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다.
▽6·25전쟁의 종전 선언=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만드는 것은 내일 당장 문서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종이 위에서가 아니라 상당 부분 들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주한미군은 여러 기능이 있다. 전쟁 재발 억지와 동북아 안정자 기능을 한다.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앞으로 북핵 폐기 과정이 상당히 진전될 때까지는 남북관계가 북핵 폐기 과정을 뒷받침할 것이다. 정상회담은 6자회담의 성과를 강화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효과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되면 정상회담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점은 그 시점이 아니다. 정상회담을 목표로 디자인하고 설계해 나갈 실익도 계획도 없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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