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정 전 총장은 이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국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의 공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전 총장의 이날 발언은 자신이 대선 경쟁에 뛰어든다면 ‘평화개혁민주세력의 통합’을 주장해 온 여권의 제 정파 및 ‘산업화세력’으로 대변되는 한나라당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독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정치적 의미를 너무 부여하지 말라”며 “좌와 우, 산업화와 민주화세력의 차이를 없애고 대통합과 실용으로 가야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심이 서면 내 갈 길을 가겠지만 끝이 어디인지는 나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정 전 총장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관련해 “개인적 친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손 전 지사와 정치적으로 만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정 전 총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강연에서 주제로 삼았던 경제와 교육 외에 한국이 나아갈 길 전반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제시해 ‘출사표’를 방불케 했다.
그는 “한국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강한 실력을 갖춘 강소(强小) 또는 강중(强中) 국가로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회적 규칙과 신뢰와 같은 사회 공동의 무형자산인 사회적 자본이 축적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1960, 70년대의 경제개발연대에는 정부-대기업-금융의 삼각 조정 메커니즘이 사회의 방향을 결정했다. 그러나 민주화가 완성된 오늘날은 국민이 참여하여 수긍하는 새로운 갈등조정장치, 즉 사회적 자본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전 총장은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대입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정부의 ‘3불 정책’에 대해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금지정책은 폐지하면 좋겠지만 기여입학제 시행은 국·공립대에서는 시기상조”라며 “정부는 대학에서 손을 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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