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강연정치’에 나서고 있는 정 전 총장은 지난해 9월부터 정치 관련 발언을 20여 차례 했지만 정치를 하겠다거나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명시적으로 한 적은 없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정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한편 그의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 전 총장은 23일 “(1학기가 마무리되는) 5월 말 이후에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의 3개 강좌를 맡고 있는 정 전 총장이 학기를 마치기 전에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뉘앙스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언론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정 전 총장 발언을 살펴보면 대선 출마에 무게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정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나는 대통령감이 못 된다”, “정치에 관심 없다”고 분명하게 의사 표명을 했다.
지난해 12월 말 “정치를 안 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가 올해 1월 “여권에서는 나를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며 다시 한발을 뺐다.
그러나 2월 들어 “정치를 절대 안 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정치 참여에 뜻이 있다는 발언을 했고 3월에는 “대선 출마 생각을 안 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고까지 했다.
22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강연에서는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은 다 지난 얘기”라며 독자 세력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정 전 총장은 아직 대선 출마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발언들은 대선출마 준비가 끝날 때까지의 ‘군불 때기’ 전략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정 전 총장의 발언 내용을 잘 살펴보면 정치 참여에 대한 수위가 미세하나마 한 계단씩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과 가까운 김종인 민주당 의원이 “3월 30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려라”며 최후통첩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의원은 22일 “말을 물가에 데려올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며 대선 출마 결정은 정 전 총장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정 전 총장을 접촉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정 전 총장은 23일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정 전 총장이 정치 참여를 놓고 고심하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이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는 것 같은 행보를 계속할 경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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