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반 총장의 이라크 방문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20일 이라크 중동 순방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라크를 순방국가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이라크를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이 몇 차례나 나왔지만 “이번은 아니다”며 철저히 연막을 쳤다. 보안문제 때문이었다. 실제로 유엔 내에서도 반 총장의 이라크 방문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은 몇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반 총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시간에 정확히 맞춰 회견장 바로 옆을 로켓포로 공격했다는 점에서 반 총장의 동선(動線)이 무장 세력에 노출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반 총장의 일정을 알 수 있는 이라크 정부 핵심 인사 중에서 누군가 무장 세력과 내통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지난달 말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방문에 맞춰 자살 폭탄 공격이 발생했을 때에도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을 겨냥한 테러는 설령 성공했더라도 이라크 무장 세력으로선 별다른 실익이 없기 때문에 이번 로켓포 공격은 우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유엔은 반 총장이 로켓포 공격이 있었는데도 중동 순방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2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로켓포 공격 이후 반 총장에 대한 경호는 더욱 삼엄해졌다. 근접 경호원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고 이동 일정도 보안에 부치고 있다. 특히 반 총장이 방문할 국가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 분쟁을 겪고 있는 곳이어서 철저한 경호를 위해 방문국과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번 중동 순방 기간 중 한 아랍국가가 제공한 전용기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라크 방문 때는 미국이 제공한 항공기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2일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로켓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이라크 등 중동평화를 위한 반 총장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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