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회담 보이콧, 합의 이행 난관 예고편일뿐”

  • 입력 2007년 3월 24일 03시 01분


■ 美 한반도 전문가들의 북핵 전망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자금 송금 지연을 이유로 6자회담을 사실상 보이콧해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2·13합의의 이행과정에서 겪게 될 숱한 난관들의 ‘예고편’을 보여 준 것”이라고 우려했다.

▽“2·13합의 역동성에 상처”=지난달 초 방북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난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앞으로 닥칠 많은 이슈의 어려움을 보여 주는 사례”라며 “북한은 2·13합의 때 약속받은 조건들이 조금이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 줬다”고 말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은 “2·13합의 이후 40일간의 과정은 합의내용 이행을 위한 역동성을 만들고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모멘텀을 구축하는 과정이었는데 이번 일은 그 역동성에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인 문제이며 전체를 놓고 보면 한 조각에 불과한 사안 때문에 6자회담의 문이 닫혀 버렸다는 점은 앞으로 비교도 안 되게 더 어려운 이슈들의 진행에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보수적인 성향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은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술”이라며 “북한으로선 핵 제거 이전에 자신들이 얻을 혜택을 먼저 얻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많았다. 플레이크 사무총장은 “미국은 북한 자금 전액반환 결정을 통해 BDA 이슈를 정치적 사안으로 만듦으로써 스스로 지렛대를 잃었다”며 “미 행정부 내 2·13합의의 지지자들로 하여금 포지션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고 회의론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도 “미국이 법 집행 문제라고 강조했던 BDA 이슈를 정치적인 것처럼 만들어 버림으로써 이런 상황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이를 미국의 항복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며 “게다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를 놓고 미국 정부가 머뭇거림으로써 북한은 오히려 미국에 새로운 요구사항을 들고 나오는 등 대담해졌다”고 말했다. 즉 “미국이 6자회담 진전을 위해 앞으로도 더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북한에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큰 물줄기는 바뀌지 않을 것”=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6자회담 프로세스 자체를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BDA 문제로 생긴 교착상태는 일단 다음 달에 6자회담이 재개되면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고, 플레이크 소장도 “6자회담 프로세스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6자회담의 진전에는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이러한 협상 기법을 계속하리라는 것을 예견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인 피랍자 문제에서도 북한은 일본이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6자회담에서 떼어낸 별도의 회담에서 해결하자고 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이 협상의 끝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협상 당사국들의 인내를 시험하는 일이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출발 지연이 현대가 대북자금을 송금하지 않아 북한이 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다. 그때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시적인 결렬이라고 본다”면서도 “2·13합의 자체는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의욕이 넘쳤다. 북한보다 협상에 더 절박하게 매달리는 것처럼 보임으로써 북한 측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BDA은행 송금 문제는 머지않아 해결되겠지만 곧이어 더 어려운 도전들이 닥쳐올 것으로 예상했다. 플레이크 사무총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문제가 먼저 불거질 것으로 내다봤고, 클링너 연구원과 올브라이트 소장은 일본인 납치 문제와 연계된 테러 지원국 해제 문제를 꼽았다.

한편 백악관은 22일 6자회담 휴회를 “기술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고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6자회담이 1, 2주 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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