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쿠웨이트 주재 각국 외교사절들에게서 인사를 받던 중 허 대사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대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반갑습니다. 가시거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전해 주세요. 진심으로 합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허 대사와 오른손으로 악수하며 왼손을 내밀어 허 대사의 오른팔을 잡는 등 친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허 대사는 노 대통령의 두 손을 잡고 “감사합니다. 성과를 바랍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6자회담 2·13합의 이후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남북 정상회담설이 구체화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발언 배경이 주목된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은 “우리가 진심으로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 전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만난 허 대사가 북한 내 ‘미국통’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그는 1989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공사로 부임한 뒤 1993년 북-미 고위급회담 당시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부대사를 거쳐 외무성 순회 및 본부 대사를 지냈다. 2004년부터 쿠웨이트 주재 대사를 맡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의전팀을 통해 허 대사가 만찬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만찬 시작 1시간 전에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허 대사의 만찬 참석은 쿠웨이트 정부가 국빈 만찬을 앞두고 아시아 지역 각국 대사를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2005년 9월 멕시코 국빈 방문 때도 만찬장에서 서재명 북한대사와 만나 “남북관계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27일 한국과 쿠웨이트 경제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한 뒤 마지막 순방지인 카타르로 이동했다.
노 대통령은 남은 중동 순방기간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을 감안해 한미 FTA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30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다.
쿠웨이트시티=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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