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프로젝트 파문]이호철 ‘비선라인’ 구축 개입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비료 6500t 북으로 27일 전남 여수시 삼일동 낙포부두에서 정부가 올해 들어 북한에 처음 전달하는 비료가 베트남 선적의 ‘롱비엔(Long Bien)’ 호에 실리고 있다. 이날 선적된 비료는 6500t으로 정부는 올해 북한에 비료 30만 t을 제공할 예정이다. 여수=연합뉴스
비료 6500t 북으로 27일 전남 여수시 삼일동 낙포부두에서 정부가 올해 들어 북한에 처음 전달하는 비료가 베트남 선적의 ‘롱비엔(Long Bien)’ 호에 실리고 있다. 이날 선적된 비료는 6500t으로 정부는 올해 북한에 비료 30만 t을 제공할 예정이다. 여수=연합뉴스
정치권이 ‘신(新) 북풍’ 파문에 휩싸였다.

주간동아 보도로 노무현 대통령의 386 측근인 안희정 씨와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이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당국자를 비밀리에 만나 남북정상회담 추진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남북의 비선 접촉은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최근 방북으로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 ‘공식 라인’은 이들의 동태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정치적 음모’라며 공세에 나섰다.

○청와대가 ‘비선 라인’ 구축 요청?

남북정상회담 추진 ‘비선라인’의 기획자를 자처한 권오홍(47) 씨의 비망록에는 이호철 대통령 국정상황실장이 등장한다. 권 씨는 이 실장에게서 북 측과 안 씨의 면담 중재를 요청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실장은 이번 파문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9일 북한 핵실험 후 이 실장이 ‘비선라인’ 구축의 초기 과정에 관여한 것은 사실인 듯하다.

27일 일본에서 귀국한 이 의원도 기자들에게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를 시인했다.

“지난해 10월 15일경 이 실장이 나를 불렀다. 이 실장은 통일 문제에 정통한 언론인이 전화를 걸어 ‘북한이 경색국면을 풀 수 있는 특사를 원하고 있다. 안희정 씨를 만나려고 한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후 나와 안 씨, 이 실장 등 셋이 만나 상의를 했다. 나는 그 언론인의 제안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안 씨가 혼자 가는 건 부담이 되니 같이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0월 20일 베이징에서 북측 이호남 참사를 만났지만 남북정상회담 논의는 없었다. 분위기가 상당히 산만했다”며 “다음 날 호텔에서 기다리라는 이 참사의 전갈이 왔다. 그래서 기다리는데 5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안 씨는 떠났다. 그걸로 안 씨는 완전히 빠졌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확인도 부인도 안해

노 대통령이 이런 경위를 알고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노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일절 함구했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서울에서 대응할 것이며 더는 ‘노코멘트’”라고 했다. 남북 비선 조직의 가동 여부에 대해서도 “더 묻지 말아 달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오늘은 공식적으로 확인하거나 방침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와대의 이런 대응은 최근 일부 언론과 야당이 안 씨와 북측 인사의 베이징 접촉설을 제기했을 때 “사실무근”이라고 강경하게 반박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다만 이 의원의 말에 따르면 안 씨가 비선라인에서 빠진 상태에서 자신은 이 참사를 몇 차례 더 만났다고 한다. 또 자신의 기존 라인도 가동했다는 것. 이 의원은 “기존 라인은 이 참사보다 높은 실장급이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2월 남측 청년정당인 대표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10월 20일 이 참사를 만난 뒤 계속 이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노 대통령이 알고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건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전 총리 “나는 몰랐다?”

이 전 총리는 주간동아 보도를 접하고 “권오홍이 어떤 사람이야”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권 씨가 지난해 10월부터 북측과 안 씨, 이 의원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의 방북 계획은 2월 초중순경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의 방북에 동행했던 조영택 대통령 정무특보는 “이 전 총리가 2월 14일 전당대회 후 동북아평화위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했고, 그때 방북 계획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 전 총리의 방북 경위에 대해 “이 참사 접촉과는 관련 없고 다른 채널로 이뤄지게 된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방북 때 ‘대통령 특사라도 보낼 수 있다. 이해찬 총리급이다’라고 북측 관계자들에게 말했지만 2·13 합의 후 북-미 관계가 진전되면서 ‘이해찬 특사’ 논의는 중단됐다. (그 후) 북한에서 ‘개인 자격으로 오라’고 해 방북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일부와 국정원은 배제?

통일부는 안 씨와 이 의원 등의 활동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일부 통일부 당국자들은 권 씨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전과가 있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안 씨는 이 참사 면담과 관련해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 사전 및 사후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남측 주민이 북측 주민과 회합, 통신, 접촉하고자 할 때는 통일부 장관에게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국정원 측은 이들의 행동에 대해 “뭐라 말할 게 없다”고 했다.

한편 이 의원은 “당시 상황은 정부나 민간에서 남북 경색국면을 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과 접촉하려고 했다. 당시 국정원도 추진하다 잘 안 풀렸다. 나도 그런 사람중 한 사람이다”며 “북한이 12월 중순경에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고 그걸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걸로 내 임무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치적 음모’ 공세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공세에 나섰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노무현 정권이 지난해부터 남북정상회담을 치밀하게 기획, 추진했음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국민에게 숨김 없이 공개해야 하며 안 씨와 이 전 총리가 북측 인사들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정상회담의 대가로 대북 지원을 어느 수준까지 약속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통합신당추진모임의 양형일 대변인은 “정부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책임있는 기구나 인물을 택해 정치적인 논란을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