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수십 명이 콘퍼런스홀을 가득 메웠고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개막연설에서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은 “2005년 9·19공동성명과 이번 2·13합의는 궁극적인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기초적 행보로 긍정적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며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에 대한 핵 폐기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과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딜레마’를 주제로 한 오전 제1 세션은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프로그램 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제한적으로 바깥세상과 교류하면서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며 네 가지로 그 특징을 분석했다. 즉, △자국 이익만 따지는 일방주의 △대외 접촉은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높여 주는 방식으로 국한 △강대국의 외교 행위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대외 관계의 중심에 서려는 시도 △외부의 지원 역시 북한식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부당한 제국주의적 시도로 간주한다는 점 등이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그동안 북한은 외교적 해결, 적당히 시간 끌기, 벼랑 끝 전술을 옮겨 다니는 회전문 전법을 써 왔다”며 “모든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가 분명한 원칙이어야 하며 한국 정부도 상호주의 원칙을 훼손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 교수는 또 “6자회담 협상 및 이행 과정의 정확한 이행을 위해 한국 정부도 구체적인 시간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북한은 작고 약한 나라지만 강대국을 상대하면서 단호함을 익혀 왔다”며 “북한은 개혁을 선택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이며 미국은 북한을 제거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제2세션-한미동맹의 긴장
국제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오전에 북한 핵문제를 집중 토의한 데 이어 오후에는 한미관계 및 한반도 문제 전반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한미관계-동맹관계의 긴장’을 다룬 제2세션은 김달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자유토론 테이블 세션은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의 사회로 진행됐다.
2005년 말까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주제발표에서 “한미 동맹은 근년 들어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보기보다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미일 간에는 논의도 못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린 고문은 “다수의 군중 목소리에 휘둘리기보다 양국 지도자가 동맹의 비전을 확립하고 구체적인 군사 목표를 정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양국 지도자는 국내에서 동맹 상대국을 묘사할 때 표현이나 원칙 적용에 섬세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한미가 당면한 북한 핵 해결 이외에 어떤 구체적 이익을 공유하는지 모호하다”며 “양국은 북한에 핵 포기가 가져다 줄 정치적 경제적 혜택을 명확히 규정하면서도 상호주의라는 큰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돈 오버도퍼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한미 양국이 더 가까워지는 것 같지만 표면 바로 아래서는 두 나라가 어떤 상황인지 다 잘 안다”고 말했다.
박용옥(전 국방부 차관)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 연합사령부 해체에 한국 사회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연합사 해체 이후에도 비상상황에서 한미 간 안보협력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연합사가 없어지면 유엔사령부도 없애자고 주장할 텐데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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