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악관 NSC 보좌관“北핵물질-핵무기 분리 절대 수용못해”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한미 전시증원연습 28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에서 군인들이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에 동원된 장갑차들을 궤도차량에 싣고 있다. RSOI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칠곡=박영대  기자
한미 전시증원연습
28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에서 군인들이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에 동원된 장갑차들을 궤도차량에 싣고 있다. RSOI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칠곡=박영대 기자
“북-미 간 핵 전문가가 따로 만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positive)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빅터 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26일 본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조지타운대 공동 주최로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중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지타운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4년 말 백악관에 들어간 한국계인 차 보좌관은 이날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해 “백악관의 견해는 분명하다. 북한은 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인정하는 동시에 완전한 신고를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갑자기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두가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부시 대통령은 2006년 9월부터 강력한(intensive) 대화 노력을 시작했고 꾸준한 노력이 성과를 냈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북한이 지난해 미사일 및 핵 실험을 한 뒤 6자회담 해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도 존 볼턴 전 국무부 차관 등 공화당 강경파는 ‘원칙 훼손’이라고 반발한다.

“2·13합의는 북한의 진지한 협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큰 시험대(test)라는 의미를 갖는다. 30일, 60일 뒤에 할 일이 분명한 정해진 시간표가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영변 원자로 폐기는 가능해도) 북-미 수교 전에 이미 확보한 완제품 핵무기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핵 포기 후 북-미 수교라는 미국의 정책과 상충되지 않는가.

“2005년 9·19합의를 보면 절차가 잘 정리돼 있다. 완전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절차는 ‘동시 시작, 동시 완성’이라는 방식이 이미 합의돼 있다.”

―지난주 베이징(北京) 회담에서 김 부상이 호텔에서 나오지도 않는 등 애를 먹였다. 북한이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낙관하나.

“나는 낙관주의자가 아니다. 2·13합의 이행의 의무는 모두에 있다. 단계별로 너무 어렵고 짜증나는 일들이 남아 있다. 지난주의 일은 북한 자금 2500만 달러 반환과 관련한 기술적 문제였다. 누군가가 (평양에서) 잘못 조언한 것 같다.”

―이달 5, 6일 뉴욕 북-미 회담을 전후로 HEU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됐나.

“북-미 간 핵 전문가가 만나기로 합의했다. 이는 긍정적인 일이다. 물론 전문가 대면에서도 북한은 ‘그런 거 없다’고 부인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변화는 없는 것이다.”

―북한이 핵 물질(농축한 무기급 플루토늄)과 핵무기를 분리하려고 시도한다는데….

“절대 수용할 수 없다. 9·19합의는 비핵화를 의미한다. 북한이 남겨 놓을 수 있는 건 전혀 없다.”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핵 협상에 진전이 있으니, 장애물은 제거된 것인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

―북-미 간 관계 개선의 징후는 1월 베를린 접촉에서 시작됐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농담에 무덤덤하던 김 부상이 처음으로 웃은 것도 그 자리라는데….

“사실이 아니다. 베를린 회동은 매우 진지하게(businesslike) 진행됐다. 물론 간간이 농담이 나왔으나 크게 의미를 둘 일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6자회담부터 당신이 협상대표단 2인자를 맡았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백악관의 전폭적 지지는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협상단은 대통령이 결정한 정책을 이행할 뿐이다.”

―정부를 떠나기 전에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있나.

“백악관 생활이 2년 반이 넘었다. (2009년 1월 대통령의 임기 만료 전에) 조지타운대로 돌아갈 것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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