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북 미국교수가 직접 들었다며 밝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는 1일 “최근 평양을 방문한 한 미국 대학 교수에게 북한 핵심 고위층 관계자가 ‘오픈된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화영 의원 외에 남북 간에 새로운 비공식 라인이 가동 중’이라고 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정상회담이라는 미끼를 통해 뭔가 보이지 않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실제로 정상회담을 하고 싶어 하는 남측과 달리 북측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 전 총리의 방북을 허용한 것도 이달 초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미국 방문과 맞물려 남북 간의 물밑 접촉을 미국에 보여 줌으로써 한미 간에 경쟁을 부추기는 쇼 차원”이라며 “북측은 정권 말기인 노무현 정부와의 정상회담에 큰 의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 대표는 “1998년 중순 안희정 씨에게 권 씨를 소개시켜 준 시사주간지 S의 N 기자 소개로 권 씨를 세 번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코트라 직원 명함을 갖고 있던 권 씨는 남북 경협을 제안했고, 경협이 잘 진행될 경우 정상회담도 가능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북측 인사와 만날 것을 권유했다”며 “그러나 그가 제시한 보고서의 수준이 북한 핵심층의 정보와 비껴난 것이었고, 김 전 대통령이 이전부터 비선라인으로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도 있어 김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마무리 지었다”고 했다.
그는 “남측에서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인사가 중국에 가면 최소한 북측도 김용순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나 전금철 부위원장, 송호경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권 씨는 거기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안희정 씨가 정상회담에 대한 욕심 때문에 불장난을 한 것이고, 이는 노무현 정부가 코미디 수준의 아마추어적 외교를 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N 기자는 “장 대표에게 권 씨를 소개해 준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여서 국제경제 동향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세미나를 두 번 정도 가졌을 뿐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국정상황실장 재직 당시 권 씨 외에도 북한과 연결시켜 주겠다며 접근한 남측 인사가 여러 명 더 있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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