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쌀지원 ‘속도위반’…정부내 조율없이 발표

  • 입력 2007년 4월 7일 02시 59분


통일부가 정부 내 의견 조율 없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무관하게 대북(對北) 쌀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다른 외교안보부처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통일부 신언상 차관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6자회담 2·13합의에 따른 북한의 핵 시설 폐쇄(shutdown) 조치 이행이 지연되더라도 북한에 쌀 40만 t을 보내는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6일 청와대의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과 외교통상부 국가정보원 등 대북 관련 정부 부처와 기관에서는 ‘통일부가 대북지원 문제를 협의하는 범정부 공식기구인 장관급 및 차관보급 안보정책조정회의의 조율도 거치지 않고 대북 쌀 지원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북한이 핵 시설 폐쇄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쌀 지원 문제를 북한을 압박할 지렛대로 사용해야 하는데도 통일부가 ‘독자행동’을 했다는 것.

이처럼 논란을 빚자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대북 쌀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를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는 것이지 쌀 지원 시기를 확정한 게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16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6자회담 2·13합의의 큰 틀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남북관계의 원칙에도 맞기 때문에 대북 쌀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다른 정부 부처 관계자는 “통일부가 자제하든지, 청와대에서 통일부를 제어하든지 어떤 식으로든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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