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만 바쁜 2·13합의 이행

  • 입력 2007년 4월 9일 00시 16분


영변 핵시설 폐쇄 등 북한의 2·13합의 초기 조치 이행 약속이 당초 시한인 14일까지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예치된 2500만 달러 처리 문제 때문이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주 “BDA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았다”고 말했지만 북한은 BDA은행에 다른 계좌를 신설해 돈을 이체하는 방안 등 미국이 제시한 여러 해법에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알아서 해결해 손에 돈을 쥐여 달라”는 태도다. 북한은 BDA 자금 인출을 위해 필요한 52개 계좌 예금주의 확인 작업조차 않고 있다.

하지만 BDA은행 계좌의 송금 지연은 미국의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다. 민영화된 중국은행(BOC)이 “불법자금을 받을 수 없다”며 자금이체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차관보는 2주일 동안 중국에 머물며 이 문제를 풀려고 애썼다. 결국 시간과 북한의 인내만 있다면 해결될 일이다.

그런데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BDA 자금의 ‘입금(入金) 확인’을 요구하며 베이징 제6차 6자회담을 결렬시켰다. 이는 BDA 자금 동결 해제뿐 아니라 이 기회에 국제금융거래의 전면 정상화까지 얻어 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나를 양보하면 떼를 써서 두 개 이상을 얻어 내는 전형적인 가지치기(살라미)전술이다.

북한은 지난달 6자회담 기간 중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겠다”고 약속하고도 ‘떼쓰면 통한다’는 식의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는 국제사회의 일원은커녕 미국의 체제 보장도, 국제사회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판에 우리 정부는 남북이산가족 상봉 화상장비 구입 비용 40만 달러를 현찰로 대북(對北) 수해물자 수송선에 실어 보냈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대북 식량 지원 문제에 대해 관계 부처 간 협의도 없이 “지원은 정부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북한의 2·13합의 이행을 지켜보면서 18일 남북 경협추진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암묵적 합의를 무시한 것이다. 뭐든 못 줘서 안달이다. 이래서는 북의 태도를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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