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EBS를 통해 방영된 ‘본고사가 대학 자율인가’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지금 (교육) 위기의 원인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위기”라며 3불 정책 고수 방침을 재확인했다.
대입 본고사 부활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학교별로 학생들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니까 학교마다 어려운 시험을 내게 된다”며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교육 수요가 충족 안 된다고 해서 자꾸만 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내게 되면 공교육이 완전히 붕괴돼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만 넘치게 되면 학부모들은 등이 휘고 아이들은 코피가 터진다”고 덧붙였다.
고교등급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고교등급제가 되면 결국 고교입시 제도를 부활시킬 수밖에 없고 초등학교에서도 중학교 입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특히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를 겨냥해 “외국어 전문가를 양성할 생각을 안 하고 입시학원처럼 입시학교가 됐다. 그 사람들이 지금 본고사 하자고 자꾸 흔들어서 우리 학교의 근간을 흔드는 세력이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선 “우리나라 중산층과 서민들은 ‘누구는 돈 주고 (대학에) 들어가고, 우리는 돈 없어서 아이를 대학에 못 넣는 상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서를 갖고 있다”며 “굳이 한두 개 대학을 위해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제도를 채택할 필요가 있느냐”고 노 대통령은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하향 평준화된 교육은 없다”며 “오히려 변별력의 기준을 바꿨으면 좋겠다. 3불 정책을 빼고는 다 자율이다”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특강을 지켜본 일부 학부모, 교사, 대학 관계자들은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대통령의 인식에 답답함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고교 교사인 최모 씨는 “대통령은 ‘세칭 일류고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손해 보는 느낌이 있어도 국가 전체의 미래를 봐서 불편하더라도 (3불 정책을) 따라줘야 한다’고 했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4년제 대학의 한 교수는 “3불 정책을 빼고는 전적으로 대학에 자율을 주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에 대학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교생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이모 씨는 “3불 정책과 관련해 대통령 개인의 의견만 강력히 주장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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