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법 개정 정국 이슈로… 대선주자들 생각은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국민연금법 개정 논란이 대선 이슈로 번질 조짐이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되고 부수 법안 격인 기초노령연금법만 통과된 후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의 기초노령연금법 거부권 건의 의사 표명에 이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의 표명으로 이 문제는 이미 4월 정국의 화두로 부상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각각 이번 주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해 4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원내 1, 2당 모두 각자의 개정안 기조를 유지할 계획인 데다 이미 ‘기(氣) 싸움’에 돌입한 양상이어서 합의 처리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안 될 경우 국민연금법 개정 문제는 대선 이후인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연말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각 대선주자 진영도 이 문제에 대해 더는 ‘침묵’하기 힘든 국면이다. 미국 등에서도 연금 구조조정 문제는 대통령 선거 등 각종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이슈다.

8일 본보 조사 결과, 각 대선주자 진영은 이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여기는 듯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각 대선주자 진영은 대부분 국민연금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돼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다만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민생정치모임 소속의 천정배 의원 측은 “반드시 4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필요는 없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했다.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각 주자가 소속된 정당에 따라 태도가 크게 달랐다.

이 전 시장 측과 박 전 대표 측은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과 함께 제출했던 ‘그대로 내고 정부안보다 덜 받는’(보험료 9%는 올리지 않고 연금액은 평균소득의 60%에서 40%로 깎는) 수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더 내고 덜 받는’(보험료는 12.9%까지 올리고 연금액은 60%에서 50%로 깎는) 정부안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정부의 개정안과 한나라당의 수정안이 타협될 여지가 있다는 중간적 태도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측은 한나라당 수정안(65세 이상 노인의 80%에 대해 평균 소득액의 10%를 기초연금으로 지급하는 내용 포함)의 통과를 전제로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가능하다는 태도다.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거부권 행사를 반대했다.

한편 유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한중일 보건장관 포럼’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법이 원래 취지와 다르게 국회에서 불합리한 결과를 낳았고 누군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장관의 사의 표명 후 노무현 대통령이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복지부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장관이 “노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데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 후에도 “할 일이 많다”는 말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노 대통령과 유 장관의 사전 교감설을 제기하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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