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외방문은 지난해 6월 서울시장 퇴임 이후 국내외를 무대로 펼쳐 온 '파워코리아 미래비전 정책탐사'의 일환으로, 이 전 시장은 양국의 주요 도시를 돌며 경제분야 핵심공약인 '747 비전' 등 정책비전과 국가비전을 구체적으로 가다듬을 계획이다.
특히 '혁신과 변화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세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막툼 두바이 통치자와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과의 면담을 성사시켜 대권주자 및 경제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힌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해외정책 탐사를 계기로 당 내외 선거에서 '네거티브'가 사라지고 정책 경쟁 중심의 '포지티브'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두바이와 인도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아 보인다.
출국 당일인 이날 오후 국회의원 시절 비서 출신인 김유찬 씨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 내용을 담은 '이명박 리포트' 출판기념회를 갖고, 비슷한 시간에 서청원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당내 라이벌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기 때문이다. '악재'가 하나도 아니고 두 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셈이다.
특히 공교롭게도 두 사안 모두 출장을 떠나는 첫 날 잡혀 누군가가 해외출장에 재를 뿌리려고 의도적으로 타이밍을 잡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은 "어차피 한 번은 나올 것이었다. 크게 괘념치 않는다"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내심 이번 출장이 시작부터 빛이 바래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핵심 측근은 "공교롭게 날짜가 겹치는 건지 아니면 의도적인 건지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명박 리포트와 관련, 이 전 시장측은 책자의 내용보다는 김 씨의 기자회견 자체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책자에 나온 내용이야 이미 대부분 공개된 것이라 새로울 게 없지만 김 씨가 기자회견 도중 무슨 얘기를 터뜨리느냐에 따라 정치권이 술렁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내용의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자칫 '제2의 검증론'에 불이 붙으면서 당 안팎에서 자신에 대한 공세의 소재로 삼을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
서 전 대표 기자회견도 적잖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상도동계의 본령인 서 전 대표 '모셔오기' 경쟁에서 박 전 대표에게 '판정패'를 당한 것도 당한 것이지만 5선 출신인 그가 갖고 있는 당내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 전 시장 팬클럽 모임인 'MB연대'는 김유찬 씨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기자회견이 열리는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김씨의 주장이 허위임을 알리는 '뻥튀기 퍼포먼스'를 진행키로 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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