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노 대통령의 오전 발언에 화답하듯 이날 오후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발표한 모양새가 이런 지적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달 안 씨가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측 인사를 만난 사실을 통일부에 사전·사후에도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여부 등 법적 조처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내가 듣기로는 사후 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냥 주의·경고하는 수준으로 처리한다고 들었다. 어떠냐?”고 묻자 이를 안 씨에 대한 처리 여부로 알아들은 듯 “지금 결정할 사안은 아니고…”라고 답했다. 통일부가 이날 오후 급히 ‘문제없다’고 발표한 것은 발표가 급조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와 안 씨 및 안 씨와 동행한 권오홍 씨의 실정법 위반 여부를 묻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에 “관련법규를 위반했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 자신이 이날 “이번 문제는 해당 자체가 없다”고 ‘가이드라인’을 그어버린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장관과의 6차례 문답 끝에 이 장관에게서 “이번 사안은 (민간인이 대북 접촉 후 사후 신고를 하지 않으면 통일부가 주의·경고하는 것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끌어냈다.
노 대통령은 “사전 신고해야 하는 것이냐”, “사후 신고도 가능한 일이지요”, “성격상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했기 때문에 사전 신고할 일은 아니다”며 질문과 주장을 펼쳤다.
노 대통령이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가 1997년 대통령선거 때 광범위한 불법감청을 했던 이른바 ‘X파일 사건’이 2005년에 터지자 노 대통령은 “1997년 대선후보를 다시 대선자금 문제로 조사하는 그런 수준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발언은 삼성의 대선자금 제공 부분에 대한 대통령의 검찰 수사 간섭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또 안 씨가 2003년 12월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을 때도 ‘착복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사실상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대통령의 직무행위라 해도 법 규정과 절차를 지켜야 하며 위반할 수는 없다”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만약 다른 민간인이 대북 접촉을 한 뒤 사후에 보고하지 않았다 해도 통일부가 처벌하기 어렵게 됐다. (처벌한다면) 법 적용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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