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열린우리당 의원이 ‘개헌안 발의를 강행해도 국회 표결에서 밀려 국민투표까지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이 개헌 문제로 묻힐 수 있고, 개헌 논의로 국회 자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부결로 개헌과 관련한 모든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회 부결→개헌 논의 중단→정치권 반발 및 여론 악화’의 순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것.
이기우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11일 “개헌안이 발의되면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을 해야 하는데 이때 부결되면 그것으로 모든 논의가 끝날 것”이라며 “청와대가 국회의 이번 합의를 존중해 주면 18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시작될 때까지 개헌 특위를 구성하는 등 (개헌 관련)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개헌 문제가 범여권 통합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헌 발의로 범여권 내에 균열이 생길 경우 통합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4, 5월에 개헌 문제만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또 모처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여론의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안 발의는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주 청와대가 ‘개헌안 17일 국무회의 상정’이란 시간표를 제시하면서 주말부터 열린우리당의 정세균 의장, 장영달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물밑에서 긴박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성격상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하지는 못했지만 이 같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도부가 과감하게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이 들린다.
한편 이번 개헌 발의 유보 요청과 관련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간의 사전 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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