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넘기는 2·13합의… 美전문가 분석

  • 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2·13 베이징(北京) 합의의 1단계 이행 시한이 ‘기술적 문제’에 걸려 사실상 지켜지기 어렵게 된 것은 앞으로 더 어렵고 고통스러운, 인내를 요하는 과정이 펼쳐질 것임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럼에도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협상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2·13합의 1단계 조치 이행 시한이 14일로 끝난다. 워싱턴의 북핵 전문가들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자금 송금을 둘러싸고 빚어진 이번 일을 ‘2·13합의의 근본적인 결함’으로 과장해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이를 단순히 달력상의 일로만 치부해선 곤란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2·13합의 1단계 시한 만료를 앞두고 미 의회조사국(CRS)의 아시아문제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등 북핵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봤다.

▽닉시 박사(개인 의견임을 전제로)=부시 행정부는 2·13합의의 1단계를 마치고 2단계로 진입하기를 간절히 원했고 그게 이번 BDA은행 이슈에 반영됐다.

하지만 2단계는 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우선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이슈를 강하게 밀고 나올 것이다. 각각의 이행 과정에서 새로운 협상이 요구되고 복잡한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것이다. 미국의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되는 내년 가을 이전에 아무리 잘 진행돼도 2단계 이행조치 달성에 머물고 핵 해체 문제는 다음 행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한의 전략과 전술은 부시 행정부의 전략보다 더 효과적이다. 부시 행정부의 근본적 정책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해체(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였지만 전략과 전술은 취약하고 비효과적이었다. 지난해 말 이후 전략과 전술을 바꿔 양자회담에 적극 나섰는데 이게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행정부 인사들이 공개적으론 부인하지만 그들의 정책 목표는 이제 ‘억제’로 바뀐 것 같다.

미국의 포지션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것은 ‘나쁜 경험’에 대한 인식이다. 부시 행정부 초기에 ‘나쁜 경험’이란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합의를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 ‘나쁜 경험’은 2003년부터 지난해 북한 핵실험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을 뜻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이 시기가 ‘나쁜 경험’으로 인식되면서 이제 누구도 그 같은 교착 국면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고, 그나마 현재의 기조가 낫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올브라이트 소장=이번 일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2500만 달러를 전액 해제하겠다고 결정할 때 이미 BDA은행 문제는 어떻게든 다 풀고 가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협상 동력은 계속 작동할 것이다.

북한은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이 조금이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보여 줬다. 앞으로는 더 어려운 과정이 예상된다.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이 처음부터 모든 걸 신고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미국도 HEU 정보 과장 논란에 휩싸여 논의 구도 자체가 복잡해졌다. 북한의 신고 내용 성실성 판단은 불신 받는 미국이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구가 개입하는 게 나을 것이다.

BDA은행 이슈는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것이었다. 훨씬 크고 심각한 도전들이 남아 있다. 당장 닥칠 과제는 테러지원국 문제가 될 것이다. 북한은 이른 시일 내에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손에 잡히는 성과를 원하지만 미국에 이 문제는 일본의 납북자 이슈와 연결돼 있다. 테러지원국 해제에 진전이 없으면 북한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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