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그동안 핵 시설 폐쇄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단 시간을 끄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마카오 당국이 동결 해제 조치를 취했지만 실제로 자금을 인출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13일 폐쇄 작업을 시작하고 IAEA 사찰관을 초청하더라도 14일까지 폐쇄와 IAEA의 검증을 완료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게 한국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은 1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중국을 포함하는 4개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열어 돌파구를 찾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베이징 방문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2일 오후 전화로 4개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포함해 북한의 핵 시설 폐쇄를 유도할 방안을 협의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3일 오후 한국에서 베이징으로 떠날 예정이다. 또 김 부상의 베이징 방문이 확인될 경우 한국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베이징으로 갈 계획이다.
6자회담 참가국의 이런 노력에 따라 북한이 핵 시설 폐쇄에 착수하더라도 북한이 시간을 끌며 2·13합의의 이행을 미루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당초 “BDA은행의 자금을 풀어 달라”고 주장하다가 미국이 이 요구를 받아들일 기미를 보이자 “자금을 중국은행으로 송금하라”며 요구 수위를 높였다. 단순히 돈을 돌려받는 데 그치지 않고 송금을 통한 국제 금융시스템으로 복귀하는 것을 노렸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행이 불법 자금 이체를 거부하자 북한은 막무가내로 ‘해결하라’며 버텼고 결국 핵 시설 폐쇄 이행 시한을 넘기게 됐다.
따라서 폐쇄 조치 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13합의에는 폐쇄의 다음 단계인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핵 시설 불능화(disablement)에 대한 대가로 중유 95만 t에 상당하는 경제, 에너지, 인도적 지원이 규정돼 있지만 북한은 이번 폐쇄 단계에서 보여 줬듯이 또 다른 조건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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