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금배지 주인 교체에 더 관심
한나라당 조직강화특위는 지난해 말 21개 지역의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옛 지구당위원장)을 선발하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적극 지지하는 이군현 김영숙 박찬숙 등 비례대표 의원 3명이 각각 서울 동작을, 강북갑, 경기 수원 영통지역을 맡겠다고 나서자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의원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연거푸 비례대표 공천을 하지 않는 관례 탓에 ‘금배지’를 다시 달고 싶은 이들은 지역구 의원보다 권력 이동에 더 민감하다.
○ 지역구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들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21명은 모두 박 전 대표 시절 공천을 받았지만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다. 정식으로 당협위원장 신청을 한 3명 외에도 진수희 윤건영 이계경 박순자 고경화 이성구 정화원 김애실 송영선 배일도 의원 등이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진 의원은 박 전 대표 캠프의 정책통인 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 지역구를, 경북 고령이 고향인 윤 의원은 박 전 대표 캠프의 경북지역 책임자인 이인기(고령-성주-칠곡) 의원의 지역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송 의원은 고향인 경북 경산-청도에서, 배 의원은 주소지인 경기 남양주갑에서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비례대표 의원은 전여옥 황진하 서상기 문희 안명옥 의원 등이다. 황 의원은 경기 파주, 서 의원은 대구, 안 의원은 인천에서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넘치는 ‘사설(私設)위원장’들
대선주자 ‘빅2’의 세(勢) 불리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이 임명한 당협위원장이 두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을 지지하고 나서면 다른 주자 측에서 해당 지역에 대항마를 내세우거나 또는 일부 인사가 대항마라고 ‘자가발전’하고 다니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부산 A 의원의 지역구에서는 현역 구청장 B 씨가 ‘친박(親朴·친 박근혜)’ 성향을 내세우며 A 의원과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 선거법 위반으로 2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받은 친박 성향의 김병호(부산진갑) 의원 지역구에서는 의사 출신 C 씨, 부산 정무부시장 출신 D 씨 등 5명 이상이 이 전 시장의 지원을 기대하면서 보궐선거를 겨냥해 뛰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 지역구에서는 이 전 시장의 대구지역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E 전 의원과 이 전 시장 캠프의 외곽지원 조직인 6·3동지회 대구지부 관계자 등이 내년 공천을 노리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
이 전 시장의 비서실장인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 지역구에서는 지난달 초부터 ‘박심(朴心)’을 업고 있다고 자처하는 전직 시의원 등이 활동을 하고 있다.
박 전 대표를 돕는 대구의 초선 F 의원 지역에서는 전직 구청장 2명이 “이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F 의원은 공천을 받을 수 없다”며 지역을 돌고 있다.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경북의 I 의원 지역구에선 3, 4명의 지역 인사가 “이 전 시장을 지지하지만 내년 총선 공천에서 대대적인 ‘영남권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며 뛰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경기 지역의 당협위원장이 있는 30여 곳 대부분은 현 위원장의 특정 주자 지지에 맞서 활동하는 인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런 사설위원장이 전체 지역구 234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곳에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당직자는 “지역구마다 이렇게 빅2 진영으로 나눠 싸울 경우 정작 대선에서 똘똘 뭉치지 못하고 분열하는 상황이 빚어져 자칫 본선 때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중진들의 ‘물갈이 공포’
한나라당 부산지역 초선 의원 7명 가운데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은 1명에 불과하다. 부산 경남의 ‘친박’ 의원들은 대부분 재선과 중진 의원이다.
한 당직자는 “이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서울시장 시절 효율성을 중시했던 그의 이력을 볼 때, 내년 총선에 대비해 16, 17대를 능가하는 공천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이 주요 대상 지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공천 물갈이 가능성을 의식한 영남권 중진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여백’이 있어 보이는 박 전 대표 캠프에 모이는 것 같다는 얘기다.
2004년 17대 공천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당시 현역 의원 149명 중 60명이 탈락해 물갈이 비율이 40%로 3당 중 물갈이 폭이 가장 컸다. 특히 물갈이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영남 지역에서 현역 의원 64명 중 28명(43.8%)이 탈락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도 당시 이회창 총재가 주도한 ‘공천 학살’의 주요 희생자는 김윤환 신상우 이기택 씨 등 영남권 중진들이었다.
당내에서는 영남권에서 박 전 대표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K, L, K, K 의원 등에 대해 “나이 등을 감안할 때 이제 그만둬야 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뛰는 이유가 뻔하지 않으냐”는 말이 많다.
마찬가지로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영남권의 L, L 의원 등에 대해 “물갈이를 우려해서 다소 오버할 정도로 열심히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여/권/통/합/?
뒤엉킨 지역구 통합 걸림돌
열린우리당 민주당 통합신당모임 등 범여권의 여러 정파가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범여권의 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가 없는 탓도 있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복잡한 계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범여권 진영은 한나라당에 비해 대선 전망이 어둡고 총선 전망도 호남을 제외하곤 극히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통합 논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선 지역구를 둘러싼 신경전이 만만치 않다.
지역구 문제가 통합의 최대 장애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적지 않다. 범여권 의원 대다수는 재집권보다는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이 살아남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 돌아온 중진, 긴장하는 초선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박상천 후보가 장상 후보를 제치고 당 대표로 선출되자 신중식 의원은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민주당과 박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자”며 만세 삼창을 외쳤다.
그러나 신 의원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아 보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얘기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 때 전남 고흥-보성에서 박 대표 및 박주선 전 의원과 3자 대결을 펼쳐 박 대표에게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다. 박 대표가 내년 총선 때 이 지역에 출마하려 할 경우 지역구 조정 문제가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원인 추미애 전 의원은 9일 강원대 초청 강연에서 “지금의 정치는 (국민에게) 비전을 주지 못한다”며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17대 총선 때 추 전 의원과 대결해 이겼던 열린우리당 김형주 의원은 추 전 의원의 정치 행보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김 의원은 “장차 통합이 되면 그분과 경선을 할 수도 있고, 그분이 전국구로 갈 수도 있고 대선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균환(전북 고창-부안), 이윤수(경기 성남 수정), 김영환(경기 안산 상록갑), 함승희(서울 노원갑) 전 의원 등 ‘탄핵 역풍’으로 낙선한 민주당 전직 의원들도 출마 의사를 갖고 있거나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의 분당 후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해 탄핵 역풍에 힘입어 금배지를 달았던 이들 지역의 ‘정치 초년생’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 밖에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이 장관의 보좌관 출신으로 지역구(서울 중랑갑)를 승계한 이화영 의원의 지역구 교통정리도 관심사다.
앞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신당이 만들어지면 공천 문제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하고, 통합신당이 무산될 경우 총선에서 다시 한번 정면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 일단 지역구부터 챙기자?
변변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노리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도 많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열린우리당 김영주 의원은 서울 영등포갑에 일찌감치 사무실을 차리고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지역구 내 고압선 송전탑을 치워 달라는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해 주민들이 ‘송전탑 옮겨준 김영주 의원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동네 어귀에 걸어 놓기도 했다는 것.
이경숙 의원은 서울 영등포을, 이은영 의원은 서울 용산, 유승희 의원은 서울 종로, 김현미 의원은 경기 고양일산을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열린우리당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대체로 여성 의원이고 남성 의원들의 활동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남녀 동수로 구성하게 돼 있는 비례대표 공천대상자를 정할 때 남성은 관료나 학자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반면 여성은 시민운동가, 당직자, 지방의원 등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당 소속 의원끼리 신경전을 펼치는 곳도 있다. 홍미영 의원은 인천 부평구에 후원회사무실을 냈다. 이 지역의 현역 의원은 문병호(열린우리당·인천 부평갑) 의원과 최용규(통합신당모임·인천 부평을) 의원이다. 김재홍 의원도 같은 당 소속 한병도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익산갑에서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 선거구 획정도 민감
17대 국회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 기준(10만5000∼31만5000명)이 18대 총선에서 그대로 적용될 경우 인구가 줄어 지역구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곳이 있다. 인구 하한선이 무너진 선거구는 전남 영광-함평과 강진-완도다. 갑 을 2개 선거구로 나뉘었던 여수시도 1개 선거구로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구 획정은 대선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지만 해당 지역구 의원들은 걱정하는 기색이다.
영광-함평은 인근 장성군이 편입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장성 출신 김효석 의원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일 선거구로 통폐합될 가능성이 있는 여수시의 경우 주승용(여수을) 의원이 탈당해 통합신당모임 측에 합류한 반면 김성곤(여수갑) 의원은 탈당하지 않고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이 됐다. 만약 선거구 통폐합이 된다면 혈전이 예상된다.
한편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는 민생정치모임 소속 우윤근(전남 광양-구례) 의원은 통합신당모임 참여를 선언했고 유선호(전남 장흥-영암)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이 추진하는 통합교섭단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과 내년 총선을 동시에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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