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재임 중 성과를 기념하는 ‘노무현 기념 도서관’(가칭)이 인제대에 들어선다. 인제대 본교는 노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에 있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은 16일 “노 대통령 기념관을 인제대에 건립하기로 하고 현재 학교 측과 구체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 중에 자신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 “기념관 건립은 좋은 생각”=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인제대 백낙환 이사장, 이경호 총장 등과 만찬을 한 자리에서 인제대의 기념관 건립 의사를 전달받고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평북 정주 출신인 백 이사장은 진보 성향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형이다.
윤 수석은 “이왕이면 퇴임 후 귀향할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 있는 유일한 대학인 인제대가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따른 것”이라며 “이제부터 기념관 설립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별도로 현 정부는 2012년 완공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역대 대통령 기록물을 수집 관리하는 ‘역대 대통령 통합기록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무현 기념관의 모델은 연세대가 유치한 김대중도서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도서관은 2003년 11월 개관했다. 청와대 주변에선 노무현 기념관을 당초 연세대 안에 지으려 했으나 여론을 의식해 노 대통령의 고향인 인제대로 장소를 바꿨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념관 건립을 위한 실무접촉 경위를 둘러싼 양측의 설명은 엇갈린다.
청와대는 “대학 측이 학교 발전 차원에서 먼저 기념관 유치 의사를 밝혀 왔고 만찬도 인제대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했으나 인제대 관계자는 “2월 말 청와대에서 먼저 기념도서관 건립에 대한 얘기를 전해 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관계자들과 만나 “퇴임 후 고향 집에 대통령 기념관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그 기념관의 알맹이는 3분의 2 이상이 노사모 기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스쿨’?=인제대 서울캠퍼스에 이른바 ‘노무현 스쿨’로 불리는 공공정책대학원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지난해 말 백 이사장에게 노무현 기념관 아이디어를 제공한 문정인 연세대 교수도 “노무현 스쿨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했고, 인제대 측도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윤 수석은 “대통령은 만찬에서 여담으로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면 뭐 하면서 지낼까.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 생생한 경험을 강연이나 강의를 통해 전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의 이 말이 이날 만찬에서 나왔다는 ‘인제대가 서울에 공공정책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과 어우러져 ‘노무현 스쿨’ 건립이란 얘기가 나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 대통령은 1월 19일 박형규 목사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6월 민주항쟁 20주년 관련 인사들과 오찬을 하면서도 “내가 했던 수많은 실수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퇴임 후 후배 정치인들을 양성하려는 정치적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건립비용은?=노무현 기념관 건립을 위해 정부 예산 20억 원이 확보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인제대가 자체적으로 추산해 본 수치일 것이라고 했다. 인제대 관계자도 “재원 조달에 관한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수석은 “김대중도서관은 ‘매칭 펀드’ 방식을 도입해 정부 예산과 당사자가 절반씩 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내부 검토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매칭 펀드는 민간의 자구 노력에 연계해 정부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 현 정부는 2005년 4월 국무회의에서 김대중도서관에 향후 3년 동안 보조금 60억 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노무현 기념관 추진은 업적이 빈곤하고 이념 과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통령과 계산 빠른 대학의 합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임기 중 대통령 스스로 주도해 기념관을 국가 예산으로 건립하는 것은 우리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정섭 청와대 부대변인은 “재임 중엔 계획을 세울 뿐이며 실제 실행은 퇴임 후에 이뤄진다”며 “퇴임 후 정부 예산을 받더라도 근거법에 따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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