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흥행 경쟁’…범여권 주자는 ‘잠잠’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4·25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가 지원 유세를 통해 각각 지역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전 시장은 18일 전남 신안군 지도읍 지도시장에서, 박 전 대표는 19일 전남 무안군 무안읍 무안시장에서 같은 당 강성만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무안·신안=이종승  기자
4·25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가 지원 유세를 통해 각각 지역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전 시장은 18일 전남 신안군 지도읍 지도시장에서, 박 전 대표는 19일 전남 무안군 무안읍 무안시장에서 같은 당 강성만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무안·신안=이종승 기자
▼대선주자 지원…이명박 박근혜 ‘대선 전초전’ 방불▼

《4·25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놓고 주요 대선주자들이 대선 전초전을 방불케 하는 열전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지원 유세를 통해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자신의 지지율도 함께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8일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 때는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30분의 시간차를 두는 등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범여권 주자들의 지원 유세 활동은 미미하다.

○ 이-박, “지원 유세 효과 있었다”

대선주자 여론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측은 이번 재보선이 당 대선후보 경선에 앞서 당내 장악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무대로 보고 지원 유세에 총력전을 폈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이 두바이와 인도를 방문하는 사이 12일부터 접전 지역을 돌며 기선을 잡았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과의 여론 지지율 격차가 다소 좁혀진 것에 대해서도 캠프 내부에서는 “재·보선 지원 유세 효과를 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박 전 대표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지원 유세 과정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뜨거운 호응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 전 시장도 해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인천공항에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타고 곧바로 대전으로 향할 정도로 재·보선 지원에 총력전을 폈다.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로서 당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 당심(黨心)을 견인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전 시장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지원 유세를 통해 많은 국민과 만나면서 그들의 의견을 듣고 본인의 정치 철학도 전달한 것이 큰 소득이었다”며 “대선을 앞두고 대중 연설 기회를 충분히 갖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비가 내린 20일에도 지원 유세를 했다.

이 전 시장은 경기 가평, 동두천, 화성 등을 차례로 찾아 “저는 무엇을 파괴하는 사람이 아니라 건설하고 만드는 사람”이라며 “저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 낼 수 있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경북 봉화와 대구를 방문해 “가는 곳마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 바꿔보자’고 하는 데도 이 정권은 ‘경제가 이렇게 좋은 데 무슨 위기냐’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있다”며 “나라 농사를 정말 잘 지어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정권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역할 못 찾는 범여권 주자들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이번 재·보선에서 특별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원 유세를 가려 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3곳 중 경기 화성에만 유일하게 후보를 냈다. 기초단체장 후보는 한 명도 없다.

한 대선주자 측은 “솔직히 당에서건 후보 진영에서건 지원 유세를 해 달라는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대선주자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일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이 화성을 방문해 팔탄상가 등을 돌며 박봉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20일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원 유세에 나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화성시민에게 ‘식수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한반도 ‘대재앙 구상’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범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도 재·보선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고 있다.

충청권 일부 의원들은 “정 전 총장이 장차 큰 꿈을 이루려면 이번 재·보선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정 전 총장 측은 “정치 참여 선언을 한 것도 아닌데…”라며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경쟁적으로 재·보선 지원 유세에 나서자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인지 대선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이 이번 재·보선을 대선 전초전으로 활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기초단체장 판세…한나라, 이번엔 살얼음판▼

《4·25 재·보궐선거에서 6곳의 시장, 군수, 구청장을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는 2004년 17대 총선 이후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불패 신화’를 기록했던 한나라당의 고전이 예상된다. 지난해 5·31 전국지방선거처럼 전국적 이슈도 없고 그만큼 ‘당풍(黨風)’의 효과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한나라당 VS 무소속

기초단체장 선거는 6곳 모두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대결 양상이다.

그러나 무소속 후보들은 “한나라당 후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싸운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경계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의 오경훈 후보와 무소속 추재엽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양측 모두 “접전”, “살얼음판 승부”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모두 “오차범위 안팎으로 앞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 후보 측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고 하는 반면에 추 후보 측은 “투표율이 저조한 것이 좋다”고 말한다. 오 후보는 일반 유권자의 투표에, 추 후보는 조직 투표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 동두천시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경원 후보가 무소속 오세창, 노시범 후보와 ‘3강 구도’를 펼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경기도는 투표율이 낮아서 어느 지역이라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소속 노 후보 측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리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소속 오 후보 측은 “노 후보는 뒤처졌다. 우리와 한나라당과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경기 양평군수 선거에서는 5명의 후보가 출마해 이번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가장 많은 후보가 나왔지만 한나라당 강병국 후보와 무소속 김선교 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된 양상이다.

강 후보 측은 “백중세이지만 약간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고, 김 후보 측은 “백중세이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가평군수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의 조영욱 후보와 무소속 이진용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조 후보 측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박빙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후보 측은 가평에서 전통적으로 무소속 후보가 강세였다는 점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차례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뽑힌 군수가 모두 무소속이었다. 이 후보 측은 “우리가 800표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4명이 출마한 충남 서산시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유상곤 후보와 무소속 이복구 후보가 경합 중이다. 서산시 부시장을 지낸 유 후보 측은 “우리가 우세하다고 써도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승산은 반반”이라며 “투표일에 날씨가 맑아서 노인들이 투표를 해주신다면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북 봉화군수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우종철 후보와 무소속 엄태항 후보의 맞대결 양상이다.

우 후보 측은 “선거 초반보다는 많이 지지율을 회복해 거의 박빙의 승부”라고 말했다. 20일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한 데 이어 21일 강재섭 대표, 22일 이 전 시장의 지원유세를 기대하고 있다.

엄 후보 측은 “박 전 대표가 내려왔는데 생각보다 유권자 반응이 뜨겁지 않아 안심이다”며 “막판까지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광역의원 대체로 한나라당 우세

전국 9곳에서 치러지는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광주 남구와 전남 나주를 제외한 7곳에서 우세 또는 근소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나라당은 서울 송파, 대구 서구, 경남 고성, 경기 가평에서는 안정적으로 앞선다고 주장했다. 충남 금산과 제주 서귀포에서는 무소속 후보와 경합하고 있지만 대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공천 과정에서 다른 공천희망자가 금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난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일 것이라는게 현지 분위기다.

광주 남구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전남 나주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각각 우세하다는 것이 후보측과 민주당의 평가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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