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인명진 윤리위원장의 토로다. 인 위원장은 24일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도의원 공천 헌금’ ‘당비 대납 의혹’ ‘5000만 원을 건네며 무소속 후보 사퇴 요구’ 등 연일 터지는 돈 관련 추태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했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물론 강재섭 대표에게도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는 발언까지 서슴없이 토해냈다. 한마디로 수권정당을 꿈꾸는 한나라당의 행태가 한심하다는 것이다.
“한나라, 중앙정권 잃었듯 지방정권도 교체돼야”
인 위원장은 우선 한나라당의 잇단 선거비리에 대해 “감시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걸리면 여지없다’는 생각을 갖게끔 가차 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장기적으로 당원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선 엄벌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중앙정권을 잃었듯 지방정권도 교체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4~5년 전만 해도 한나라당은 ‘차떼기’하던 당이다. 아무렇지 않게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았다. 예전엔 중앙당에서 그랬는데 요즘은 지역에서 횡행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에는 지역의 기득권층이 많다. 그들과 지방 정치인들이 건축 등 이권을 둘러싸고 의탁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며 지방의회 및 지방단체장을 대부분 독식했다. 유착관계는 불가피하다.”
그는 “이번 선거비리가 4·25 재보선에 많은 영향 미칠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저지른 일이니까 국민으로부터 심판받는 게 당연하다.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강 대표도 혐의 인정되면 엄벌하겠다”
인 위원장은 23일 도의원 공천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경기 안산 단원갑 정운교 당원협의회위원장 등 3명을 제명 조치했다. 이를 두고 당 내에선 “지금 기소 상태도 아닌데 너무 앞선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현행 한나라당 당규에 의하면 ‘기소가 될 경우 당원권 정지,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제명조치’를 취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선거 및 공천을 둘러싸고 돈과 관련된 문제를 일으킨 것은 부패사건이 아니라 해당행위로 봐야 하기 때문에 엄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비 대납 사건’과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강 대표도 혐의가 인정되면 가차 없이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아무리 징계한다고 해도 근거 없이 막무가내로 할 순 없다. 아직은 지구당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경북도당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강 대표가 연루됐다는 혐의가 확실해지면 중앙 윤리위에서 다룰 거다. 윤리위에 회부되면 심사를 한 뒤 경중에 따라 엄벌에 처하겠다. 강 대표도 다른 당원과 다를 바 없다.”
“한나라당, 이대론 정권교체 불가능”
인 위원장은 상호 비방 및 줄 세우기 등 경선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를 향해 “둘 중 한 사람이 당 후보가 되면 대선에서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한심하다”고 개탄했다.
“높은 지지율만 믿고서 ‘다음 정권을 잡을 것’이라는 이상한 대세론과 낙관론에 빠져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는 한 정권교체는 어렵다. 50%대에 육박하는 당 지지율도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다. 하루아침에 무너질 테니 두고 봐라. 무엇보다 부패에 이전투구나 벌이는 지금 같은 모습을 가지고 정권을 잡은들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인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변화·개혁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한나라당은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가장 오래된 뿌리를 가진 당이다. 역사가 깊기 때문에 변화가 쉽지 않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 정권교체를 못한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변하려 할 거다. 현재는 당에 대한 여론이 좋아서 그런지 변화할 생각조차 안 한다. 당혹스럽다.”
인 위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개인적인 번뇌도 털어놨다.
“누군가 ‘인 목사가 와서 당이 변하면 그동안 여러 번 혁명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하더라. 정말 한나라당과 계속 함께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가 많이 든다. 사람들의 의식이 변해야 하는데…. 하는 데까지 하다가 ‘가망이 없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나갈 거다. 처음부터 그렇게 작정하고 들어왔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