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최고위원들이 잇달아 사퇴하고 대선주자들은 경선 행보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 총사퇴론’ ‘대선주자 책임론’ ‘비대위 구성’ 등의 의견이 쏟아졌고 이전투구식 ‘네 탓’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50개 선거구에 후보를 내 22곳에서 당선됐으면 참패는 아니지 않으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3곳 중 1곳, 기초단체장은 6곳 중 1곳, 광역의원은 9곳 중 3곳에서만 이긴 것은 질적인 면에서 참패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난상토론 벌어진 의총=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어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긴급 의총에서는 의원 22명이 나서 2시간 반 동안 당의 각성과 쇄신을 촉구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당의 높은 지지율과 대선후보의 인기도 이번 선거에서 아무런 맥을 못 췄다”며 “반성 못한다면 정권 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질 곳에서 지고, 이길 곳에서는 이겼다. 대선에서 이길 희망을 본다”(김양수 의원), “결과에 대해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심재엽 의원)는 등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임태희 의원은 “지도부와 대선주자가 같이 책임져야 한다. 당 지도부도 책임은 져야 하지만 물러나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선거 과정에 있었던 당의 부패에 대해서는 특단의 각오로 일벌백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진 의원은 “비상 상황인 만큼 지도부가 재신임 받을 수 있다면 재빨리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전원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복 의원은 “당 지도부는 마지막 카드로 당 해체도 검토해야 한다. 새로 형성되는 당에는 극좌파, 주사파를 배제하고 범중도세력을 모아 역(逆)대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지도부가) 사퇴할 수밖에 없다. 당이 죽으려고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권오을 의원도 “(지도부를) 바꿔야 하고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엄호성 의원은 “대안은 당을 해체한 후 다시 세력을 모으는 것 또는 대선 후보들이 모여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뒤 경선에 승복하고 성적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문표 의원은 “지도부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두 분 최고위원이 사퇴했는데 다른 최고위원들이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차명진 의원도 “당이 스스로를 칼날 위에 세우지 않고서는 설 자리가 없다”며 “지도부는 사퇴하고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주로 당 지도부의 재신임과 쇄신론을 펼친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지도부 총사퇴론을 주장하고 나서 양 진영의 해법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물러나는 최고위원들의 변=강창희 최고위원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반(反)한나라당 세력의 결집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정치 대결 구도에서는 정당 지지율이 아무리 높아도 후보 지지율로 연결하는 데는 실패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진단했다.
전여옥 최고위원도 “이번 결과는 참패도 아니고 무자비한 심판도 아니다. 받을 것을 당연히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한나라당을 절벽으로 집어 던진 것”이라며 “사자 새끼가 돼 절벽에서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의원은 “최고지도부가 그동안 대선주자들 눈치만 봤다. 지도만 잘못한 게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며 “어항 속에서 대선주자들끼리 물고 뜯는 행태에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다 보니 대선주자들이 지원 유세를 가도 소용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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