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히로시 “북송 뒤 탈출 재일교포들도 동남아서 은신”

  • 입력 2007년 4월 27일 03시 07분


“탈북 청소년들의 석방에 금전거래는 없었습니다. 자유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거지요.”

라오스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탈북 고아 청소년 3명의 석방운동을 주도한 탈북자구원기금의 가토 히로시(加藤博·62·사진) 소장은 26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이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정부도 최근 언론 보도 이후 라오스 주재 대사관을 통해 ‘북송시키면 절대 안 된다’고 라오스 정부에 촉구했다”고 말했다.

가토 소장이 이들 청소년의 감금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해 11월. 라오스와 태국을 오가며 탈북자들을 돕는 독지가인 박모 씨가 알려 왔다. 불법입국 혐의로 3개월 복역을 마쳤는 데도 석방되지 않고 북송 움직임이 일자 미 국무부 등 각계에 지원을 요청했다.

가토 소장은 일본 월간지 분게이온주(文藝春秋) 기자 출신. 한반도 관련 취재를 하면서 만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을 잊을 수 없어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탈북자 지원 활동에 나섰다. 2002년엔 중국 당국에 의해 1주일간 구금당하기도 했다.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묻자 고교 때 얘기를 꺼냈다.

“고교 때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인이었는데 1960년대 재일교포 북송 캠페인 때 북한으로 간 뒤 소식이 끊겼어요. 당시 일본사회에선 북송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있었고 저 역시 멋모르고 그랬습니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죄책감이 느껴집니다. 현재도 동남아 곳곳에 북송됐다 탈출한 재일교포 출신 탈북자들이 어렵게 은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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