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전 최고위원의 이 같은 비판은 이례적이다. 재·보선 참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 전 대표 간의 갈등이 꼽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적은 일리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왔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인 한선교 의원은 즉각 반박 논평을 발표했다. 한 의원은 “대전 보궐선거에서 진 것에 대해 합동유세 운운하는 것은 정치가 뭔지 모르고, 민심의 ‘민’자도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합동유세를 하고 안 하고에 따라 누굴 뽑고 안 뽑고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대전 시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또 “심대평 후보는 충남지사 시절 자민련을 탈당하고 행정도시 유치를 위해 투쟁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행정도시를 막겠다’고 말한 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동유세를 한다는 것은 표를 떨어뜨리자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물론 두 대선주자가 합동유세를 했다고 해서 ‘인물’과 지역정서에서 불리한 대전 서을의 선거 구도가 쉽게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있다.
그러나 당 내부의 고언(苦言)에 대한 한 의원의 즉각적인 반응에 대해 박 전 대표 지지 의원들조차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한 초선 의원은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박 전 대표 감싸기에만 열중하는 듯한 한 의원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당이 중심 되는 모임’ 소속 한 의원은 “두 대선주자가 30분 간격을 두고 따로 유세하는 모습을 보고, 유권자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박 전 대표 측근들은 고민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무조건 박 전 대표를 감싸려 드는 듯한 한 의원의 태도는 자칫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유세와 당락이 무관하다는 식의 한 의원 주장대로라면 선거기간 중 왜 각 당이 기를 쓰고 지원유세를 했는지 의문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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