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갈등 재연'… 당 '내홍' 고조

  • 입력 2007년 4월 27일 15시 16분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감정 싸움이 또 다시 재개되면서 당의 내분이 격화될 조짐이다.

4·25 재보선 참패 직후 일체의 정치행보를 중단하며 '자숙모드'를 보인 양측은 불과 하루 만에 선거 패인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양측의 이번 대립은 표면상 재보선 공동유세 불발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그간 쌓여있던 감정의 앙금이 여과없이 분출된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향후 검증문제 등을 둘러싼 본격적인 대결국면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전 대표측이 "사실관계는 분명히 해야 한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태세이고, 이에 맞서 이 전 시장측은 일단 공식적으로는 정면 대응을 삼가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일전불사의 전의를 가다듬고 있어 양측의 전면전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박 전 대표는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공동유세 불발이 대전 국회의원 보궐선거 패배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그건 민심을 모르는 것이고, 대전시민을 무시하는 얘기"라면서 "대선주자가 지원유세를 대선전에 활용한다고 하면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겠느냐. 각자의 입장에서 조용히 도우면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행정도시에 대해)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분과 같이 유세를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이 전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한선교 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심대평 후보는 충남지사 시절 자민련을 탈당하고 행정도시 유치를 위해 투쟁을 한 사람이지만 이 전시장은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행정도시를 막겠다'고 말한 분"이라며 이 전 시장 책임론을 공개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직접 대응을 삼갔다.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오해를 하고 그런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을 알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캠프는 이 문제에 대해 일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캠프 내부에서 '분'을 삭이지 못하면서 정면대응을 해야 한다는 기류가 역력하다.

이 전 시장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은 "그동안 지켜봐 온 박 전 대표의 이미지와 너무 차이가 나 당혹스럽다. 사실 우리가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지금도 공동유세를 하는 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표측에서 자꾸 우리를 공격하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도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한 핵심측근은 "우리가 박 전 대표를 향해 '독재자의 딸과 당을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면 좋겠느냐"며 박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자극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공격할 의도를 갖고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다"고 진화를 시도했다.

그는 그러나 "없던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이 전 시장이 과거에 했던 이야기를 한 것이다. 공동유세를 안 해서 졌다고 말하는데 그건 이 전 시장측의 논리이자 우리에 대한 공격"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최경환 의원도 "이 전 시장측이 대전 패배의 원인이 공동유세를 안 해 그런 것처럼 주장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공동유세를 했으면 더 큰 표차로 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진영의 갈등에 대해 당내에서는 "이러다 당이 정말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 "두 사람이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양 진영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면서 "앞으로 검증 등 논란이 될 만한 이슈가 많은데 벌써 이러면 정말로 당이 갈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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