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서울 남북 대운하 건설.’(이해찬 전 국무총리, 3월 7∼10일 평양 방문에서)
‘평양∼개성 고속도로 개·보수 및 포장사업.’(김혁규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남북경제교류협력추진단장, 2∼6일 방북 시 제안 예정)
임기를 1년도 채 남겨 놓지 않은 노무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범(汎)여권 인사들이 내놓았거나 제안할 예정인 초대형 대북(對北)사업 프로젝트들이다. 남북 간 화해 협력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들이지만 실제론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프로젝트마다 최소한 1조 원 이상이 드는 고비용 사업을 세금으로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측이 적극적이지도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은 데도 일방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TSR-TKR 논의 어디까지 왔나=TSR와 TKR의 연결 방안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경의선 철도 연결에 합의한 뒤 본격적으로 논의돼 왔다. 러시아도 극동지역 개발 등의 필요성에 따라 적극적으로 나섰다. 노무현 정부도 ‘동북아 경제 중심’을 국가적 어젠다로 추진하면서 철도 연결을 중점 과제로 추진했다.
하지만 낡은 북한 철도를 현대화하는 데 드는 29억 달러(약 2조6970억 원)의 재원 부담을 놓고 한국과 러시아 간에 이견이 노출됐다. 러시아는 북한 철도 현대화의 수혜자가 장기적으로 한국인 만큼 한국이 주도적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균등 분담을 내세우고 있다.
노선 선정에서도 이견이 있다. 북한은 TSR와 동해선 연결을 고집하는 반면 러시아와 한국은 경의선 또는 경원선을 경유한 연결을 희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북-러시아를 잇는 물류 통로를 구축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구상은 추진력을 잃은 상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도 현 정부 출범 초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워 추진하던 TSR-TKR 연결 사업을 우선순위에서 제외했다.
게다가 북한 역시 철도 연결에 적극적이지 않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경제적 효용성보다는 체제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북한으로서는 군사적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 시찰 시 애용하는 철도를 쉽게 내주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북 프로젝트 현실성 논란=그렇다면 범여권은 왜 다시 TSR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일까.
무엇보다 TSR와 TKR의 연결이라는 ‘빅카드’를 추진해 절대 열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범여권의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가 3월 초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 등과 방북한 자리에서 한강 하구에서 임진강을 지나 평양 시내로 이어지는 남북 대운하 건설을 제안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해 단 한 차례의 타당성 검토조차 하지 않은 사안이다.
김혁규 의원 등 열린우리당 방북단이 제안할 예정인 평양∼개성 고속도로 개·보수, 평양∼해주 고속도로 건설 등은 정부가 검토는 했지만 남북 관계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 내기 위한 카드로 아껴 둔 것들이다.
경공업 중심의 제2 개성공단을 추진해 신황해권 경제특구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정부 내에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다. 하면 좋겠지만…”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결국 범여권은 현실성보다는 정치적 목적에서 이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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