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朴, 경선 룰 신경전이나 벌여선 안 된다

  • 입력 2007년 5월 4일 00시 34분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4·25 재·보선 참패에 따른 당 내분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늘 만난다. 아무쪼록 큰 정치와 선의(善意)의 경쟁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만남이 됐으면 한다. 경선 룰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하거나, 선거 패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계산에서 벗어나 당의 쇄신과 공정 경선을 다짐하는 회동이 돼야 한다. 사진이나 찍기 위한 만남에 그친다면 안 만난 것만 못 하다.

8월 경선이 다가올수록 두 진영의 기(氣) 싸움과 신경전은 치열해지고 있다. 경선 방식을 놓고 ‘국민 의사를 더 반영하자’ ‘기존 합의를 뒤집어서는 안 된다’며 대립과 반목을 되풀이하고 있다. ‘어항 속의 다툼’일 뿐이다. 이번 회동이 그런 협량과 소모의 ‘경선 정치’에서 벗어나는 전기(轉機)가 되어야 한다.

한나라당 위기의 본질은 부패와 기득권에 안주하는 ‘철밥통’ 체질에 있다. 4·25 재·보선에서 참패하고 당 지지율이 30% 선까지 추락한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4년 총선 이후 거둔 ‘40 대 0’이라는 재·보선 승리에 취해 정치시장의 소비자인 유권자들의 욕구를 외면한 결과다. 패거리 정치, 돈 정치, 지역주의로 대변되는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 국가 선진화의 길을 열 경쟁력 있고, 생산성 있는 정치를 해 달라는 요구에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이, 박 두 주자부터 ‘당심(黨心)’을 잡겠다며 의원 줄 세우기와 치졸한 검증 공방에 몰두해 왔다. 누구도 국민의 가슴에 다가오는 시대정신이나 국가발전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와 박 전 대표의 ‘열차 페리 구상’이 거의 전부다.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도 마찬가지다. 당 대표를 맡았던 박 전 대표나, 직간접으로 개입한 이 전 시장이나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강재섭 대표는 과태료 대납사건으로 어제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당 전체가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인한 반사이익에 취해 ‘고인 물’이 썩고 있는 줄을 몰랐던 것이다.

두 주자는 이제 국민 앞에 내놓을 정책콘텐츠 개발과 부패의 악(惡)순환 고리를 끊을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경선 룰은 강 대표가 중립적인 방안을 책임지고 마련하겠다고 한 만큼 맡기는 것이 정도(正道)다. 오직 직시할 것은 정치의 질(質)과 격(格)을 바꿔 달라는 국민의 열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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