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남북관계-6자회담 우선순위 놓고 미묘한 시각차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4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과 남북관계 진전의 연계 및 순서 문제를 놓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포럼에서 “한국이 ‘남북관계 진전은 6자회담에 반 보 뒤처져 가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도 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버시바우 美대사 “남북관계는 6자회담 반보 뒤에”

이재정 통일장관 “남북관계가 6자회담 발전 동력”

버시바우 대사는 또 “미국은 한반도의 화해협력 증진을 위한 방법으로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포용정책은 조율된 방식으로 진전해야 한다”며 “포용정책만 하다 보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평화를 침해해도 평화 분위기만 진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 2·13합의의 핵 시설 폐쇄(shutdown) 조치를 장기간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범여권 인사들의 방북 러시와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 지나친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개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6자회담과 남북관계 진전의 순서에 대해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느냐가 중요하고, 남북관계가 6자회담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을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이 장관은 또 남북관계를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과제이자 민족의 과제’로 규정한 뒤 “북-미관계 개선과 2·13합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사실상 그동안 쌓아 온 남북관계의 깊고 든든한 발전 토대 위에서 이뤄졌다. 남북관계는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버시바우 대사가 이날 “6자회담과 포용정책은 보완 조율될 필요가 있다. 이는 한반도의 진정한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 인식이다.

한편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포럼에서 1년 9개월이 남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임기 중 북한의 핵 폐기가 가능한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 북한이 영변의 핵 시설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초청하는 것은 몇 주면 되고 핵 시설 불능화(disablement)는 몇 달 안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엔 북한의 핵 시설 해체 단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이 당초 4월 14일이었던 2·13합의 이행 시한을 넘겨 핵 시설 폐쇄 등의 조치를 미루고 있는 것에 비춰 볼 때 핵 시설 불능화와 해체 조치 이행도 지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관측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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