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번 주에 발표하기로 한 ‘경선 룰’ 중재안을 대선주자들이 수용할 것인지가 당의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당 화합을 위해 마련한 대선주자 회동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경선 룰에 손을 대면 안 된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이라’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강 대표로서는 진퇴양난인 셈이다. 당 안팎에서는 ‘강재섭 중재안’의 내용에 따라 자칫 분당(分黨)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자택에서 만난 강 대표의 표정에서는 그에게 지워진 책임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경선 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할 때는 결연함과 단호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속이 타는 듯 담배를 피웠다.》
―두 대선주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중재안을 만들 수 있나.
“모든 책임이 나에게 넘어와 있다. 당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지금 내가 누구 편을 들 수 있겠나. 무엇이 대의명분에 맞는 것인지만 생각하고 중재안을 만들겠다.”
―‘대선주자들이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사퇴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기자가 지어낸 기사다. 지금 물러나는 게 오히려 무책임한 것이다. 심판을 못 믿겠다면 하느님이나 부처님보고 문제를 해결하란 말이냐. 당에 맡기겠다고 해놓고 수용하지 않는다면 당을 깨자는 소리다. 이번 중재안은 3심제에서 (대법원의) 마지막 선고와 같은 것이다. 받아들이지 않아도 밀어붙이겠다.”
―대선주자들을 사전에 설득할 계획인가.
“두 주자 측에 미리 중재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중재안을) 강행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3일 이재오 최고위원과 만나 경선 룰에 대해 논의했나.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잘 이끌어 가자는 말만 했다. 경선 룰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중재안 내용은 무엇인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두 주자가 ‘부부싸움’을 하고 갔으니 2, 3일 정도 냉각기가 필요하지 않겠나. 그동안 모든 정치적 하중을 걸어 중재안을 만들겠다.”
―당원, 대의원의 유효 투표율로만 여론조사 비율을 계산하거나 경선 규모를 20만 명에서 당초 대선주자 간에 합의된 23만7000명(전체 유권자의 0.5%)으로 늘리는 중재안이 거론된다.
“그런 내용은 아닌 것 같다. 두 대선주자의 당초 합의 정신이 뭔지를 놓고 고민해 보겠다.”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
“(최고위원들의 견해가 다 다른데) 거기서 논의가 되겠느냐. 내가 고민해서 결정할 것이다.”
―화합을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도 대선주자들이 싸움만 했다는 지적이 있다.
“곪았던 것이 터져 버렸다. 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경선 룰만 확정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당직 개편과 사퇴한 최고위원 2명의 자리를 채우는 선거도 관심사다. 내정해 놓은 자리가 있나.
“경선 룰을 확정한 뒤에 당직을 개편할 생각이다. 모두 대선주자 쪽에 가 있어 쓸 사람이 마땅치 않다. 최고위원 선거는 당헌(궐위 시 30일 내 전국위원회에서 선출)에 명시된 대로 처리하겠다.”
―검증 문제와 네거티브(비방·폭로)에 대해 두 대선주자의 요구가 많다.
“조만간 외부인사 중심으로 ‘국민검증위원회’를 구성한다. 대선주자들은 시끄럽게 하지 말고 당에 맡기고 정책 중심으로만 토론하면 된다. 적과 동지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자극적인 용어로 상대를 공격하면 경선관리위원회에서 단속하고 윤리위에 회부해 처벌하겠다.”
―경선관리위원장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맡나.
“‘당이 어려우니 맡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이명박 캠프 이재오 최고위원
“합리적 중재안 기다리겠다”
―강 대표의 중재안이 내키지 않을 경우 거부할 것인가.
“끝까지 노력을 해야지….”
―강 대표는 두 주자가 중재안을 거부해도 사퇴하지 않겠다는데….
“강 대표가 최선을 다해 합리적인 중재안을 내놓으리라 믿는다. 강 대표가 내놓은 중재안을 기다리는 게 맞는 것 아니겠느냐.”
―어떤 경선 룰이 바람직하나.
“현재 선거인단 구성은 대의원(20%) 당원(30%) 국민(30%) 여론조사(20%)로 당심과 민심이 5 대 5로 반영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국민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져 결국 당심과 민심의 반영 비율은 7 대 3 내지 8 대 2가 된다. 저조한 국민 투표율을 여론조사와 연계하면 결국 국민의 뜻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투표율이 높은 ‘대의원 투표율’과 같게 한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
―4일 이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만났지만 험악한 분위기였다.
“경선이라는 것이 이기고 지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다소 충돌이 있다. 경선이 끝나면 하나가 될 것이다.”
―강 대표가 캠프 내 국회의원 인력을 최소화해 달라고 했는데….
“우리 캠프에서 상근으로 일하는 현역 의원은 5명 미만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박근혜 캠프 김무성 의원
“姜대표 물러나라 한적 없다”
―강재섭 대표가 내놓을 경선 룰 중재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할 것인가.
“2005년 당 혁신위원회가 올해 대선 승리를 위해 100년 앞을 내다보고 만든 경선 규정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시도지사 경선과 당 대표 선거를 현재 경선 방식으로 아무 문제없이 치렀다. 특정 개인에게 유리하자고 원칙을 함부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
―경선 룰을 고치는데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이미 몇 번을 양보했다. 혁신안을 만들 때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박형준 의원이 혁신위 간사를 했다.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또 합의된 것을 바꾸자, 원하는 대로 이리저리 하자고 해서 되겠는가.”
―강 대표는 중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사퇴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강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한 적이 없다. 강 대표는 현재 룰대로 경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하면 되는 것이지, 그 문제로 사퇴하느니 마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대선주자 회동에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돼 실망했다는 여론도 있다.
“경선 룰을 있는 그대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자꾸 바꾸자고 한 쪽이 원인 제공자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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