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회동 직후인 2일 정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이 반대하기 때문에 열린우리당 해체는 불가능하다. 나는 노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다”며 열린우리당 대선후보 경선 불참 의사를 밝혔다.
노 대통령도 같은 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 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을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지 말지 저울질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정 전 의장 등을 비판했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볼 때 두 사람은 회동에서 통합신당 추진을 놓고 담판을 벌였으나 좁힐 수 없는 간극만 확인한 채 헤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5월 들어 노 대통령을 위시한 친노(親盧) 세력과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측은 서로 ‘마이웨이’에 돌입한 분위기다.
친노 진영은 ‘열린우리당 사수 및 리모델링’을 통해 독자 대선후보를 만들어 낸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고 두 전직 의장은 20일 전후에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노 대통령 측근인 이광재 의원은 6일 “가출을 자꾸 하면 습관이 되고 탈당도 자꾸 하면 이마에 ‘주홍글씨’가 쓰이게 된다”며 정, 김 전 의장 측을 비난했다. 친노파인 김태년 의원도 “지금껏 정 전 의장이 ‘내탓이오’ 하는 것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앞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과 만나 “우리(친노직계)는 당을 지킬 테니 떠날 분들은 떠나라. 비례대표 의원들도 편안하게 보내드리겠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5일 나오자 ‘탈(脫)노무현’을 의중에 두고 있는 의원들이 발끈하는 등 당이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최재성 대변인이 6일 브리핑을 통해 “인질정치다. 비례대표 의원 당사자를 모독하는 모독 정치이고 섣부르게 월권하는 독선 정치다”라며 유 장관을 성토했다. 유 장관이 만났다는 중진 의원은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친노 진영은 정, 김 전 의장이 탈당하더라도 이들이 제3지대에서 만들어 낼 대선 및 총선 비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동반 탈당’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듯하다. 열린우리당을 ‘접수’하고 나서 최근 발족한 ‘친노포럼(참여정부평가포럼)’ 인사들을 참여시켜 리모델링한 뒤 독자 대선후보를 낸다는 게 친노 그룹의 구상이다.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빅뱅의 수순을 밟아가자 탈당파의 세력이 어느 정도 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정, 김 전 의장 계열은 한때 70명, 50명 선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각각 10∼20명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더구나 비례대표는 탈당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을 따라나설 의원은 20명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친노 세력이 당을 장악할 경우, 또 당 밖에 대선 구도에 대한 비전이 보일 경우에는 분당(分黨) 규모의 집단탈당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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