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경선룰 '평행선'…합의 난망

  • 입력 2007년 5월 8일 15시 46분


한나라당의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경선 룰' 문제를 둘러싸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이르면 10일쯤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지만 양측의 주장이 여전히 교차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면서 중재를 통한 경선 룰 합의가 어렵지 않겠는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안의 성격상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중재안 마련이 거의 불가능한 데다 자칫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물을 내놓게 될 경우 당 분열 가능성이 고조되는 등 후폭풍이 간단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 진영은 8일 강 대표 중재안 발표를 목전에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결과물을 이끌어 내기 위한 압박 성격이 짙지만 서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판이라도 깰 수 있다'는 비장한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의 뜻을 따르겠다고 이 전 시장이 여러 차례 얘기했다. 그런데 경기하다가 선수가 이것 바꿔 달라 저것 바꿔 달라 혹은 내 마음에 안 든다 이러는 게 어디 있느냐"면서 "원칙을 걸레처럼 만들어 놓으면 누가 그것을 지키겠느냐"고 말했다. 여론조사 반영방식과 관련, '유효투표수 대비 20% 반영' 규정을 손질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는 특히 강 대표 중재안에 대해서도 "중재안이 아니라 당 대표의 입장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불합리한' 중재안은 수용할 수 없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시립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누구나 자기 이야기는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시대정신이 잘 반영돼야 한다. 본선을 생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민심과 당심의 5대5 반영비율 정신을 제대로 살려 여론조사 반영투표수를 '4만명' 정수로 하든지 그에 가까운 중재안을 제시해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 캠프 인사들도 설전을 이어갔다.

박 전 대표측 최경환 의원은 "당 대표라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합의된 것을 전면백지화할 수는 없다. 만약 최고위원회 결정까지 거친 경준위 안의 원칙을 훼손한다면 그것은 중재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 박형준 의원은 "여론조사 관련 세부 원칙은 합의가 안됐는데 자꾸 합의됐다고 우기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민심과 당심을 5대5 비율로 반영할 수 있는 중재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조금도 꺾지 않자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지도부가 아닌 전국위원회를 통한 경선 룰 확정을 거듭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대책회의에서 "경선 룰 문제는 주자들이나 지도부가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검토 가능한 여러 중재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양 진영 어느 쪽도 만족할 수 없다"면서 "결국 전당대회 수임기구인 전국위원회를 열어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 그 절차를 밟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강 대표는 중재안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대의원과 당원, 국민선거인단 투표율을 평균낸 뒤 그 비율 만큼만 여론조사 표를 반영하는 기존 방식 대신 △상대적으로 투표참여율이 높은 대의원 투표율을 적용하는 방안 △대의원-당원 투표율의 평균치를 적용하는 방안 △4만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무응답층을 제외한 각자의 득표수를 반영하는 방안 △여론조사 반영표 최저치(70~80%)를 보장해 주는 방안 △투표일 확대 등을 통한 국민선거인단 투표율을 제고하는 방안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 대표가 검토 중인 중재안에 자신이 애초 제시했던 '8월-23만7000명' 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는 8월에 전체 유권자의 0.5%(23만7000명) 규모로 선거인단을 꾸려 경선을 치르자는 것이 골자로, 지난 3월 중순 막판 경준위 논의과정에서 시기는 그대로 두고 선거인단 규모만 20만 명으로 축소조정됐었다. 이 안에 대해선 일단 박 전 대표와 이전 시장측 모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중립을 지향하는 '당이 중심이 되는 모임(중심모임)' 소속 권영세 임태희 의원은 모임 조찬회동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 룰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국민의 투표참여율과 관심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국민선거인단의 투표참여율을 제고하기 위해 부재자에 한해 우편투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중심모임 회의에선 선거인단 구성비율과 관련해 '2:3:3:2(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 조항이 규정돼 있는 당헌·당규의 손질 필요성과 함께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20%'로 할 지 '4만 명'으로 할 지에 대해서도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심모임은 지도부에 대해 "주도권을 갖고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 상황에 대해 국민과 당원들의 인내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비판했고, 전국위를 통한 경선 룰 결정 주장에 대해선 "당내 세대결을 더욱 조장하는 것으로 당을 더 어려운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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