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前시장
“불만스럽지만 국민-당원 뜻으로 받아들여”
일부 측근들 “민심반영 미흡” 수용 반대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9일 강재섭 대표가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우리 박근혜 전 대표께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중재안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충남 연기군 고려대 서창캠퍼스에서 열린 ‘대전·충남지역 총학생회연합 발대식’에서 초청 강연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왜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나.
“박희태 이재오 의원과 캠프 실무진들은 나 보고 내일 오전까지 (결정을) 기다려 달라고 했다. (중재안이) 불만스럽지만 국민의 뜻이고 당원의 뜻이기 때문에 후보 처지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있지만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재안이 불만스럽다고 했는데…
“(민심과 당심이) 5 대 5가 돼야 한다.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본선에 갔을 때 ‘상대는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로 당선된 국민의 후보다. 당신들은 당 대표 뽑는 것처럼 당원들이 뽑은 후보가 아니냐’고 할 경우를 걱정하는 것이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다.”
―수용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나.
“고민 많이 했다. 내일 오전까지 결정하지 않고 있으면 국민이 밤새 걱정하고 당원들은 또 얼마나 혼란스럽겠나. 그래서 여기서 혼자 결심했다.”
―강 대표와는 통화를 했나.
“통화 못 했다. 간접적으로 전하겠다. 직접 전화할 필요가 있겠나.”
한편 이 전 시장 캠프는 강 대표가 중재안을 발표한 직후 긴급회의를 수차례 열면서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갔다.
이재오 이방호 고흥길 정두언 박형준 정종복 의원 등은 회의에서 중재안을 놓고 가상 표 득실을 따져 보는 등 면밀하게 검토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중재안이 미흡하다. 받아서는 안 된다”며 반대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된 박희태 의원이 지방에서 올라오자 박 의원 사무실에 모여 최종 의견을 조율했다. 수용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엇갈린다는 사실을 전화로 이 전 시장에게 전달했다. 이 전 시장은 고민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
이 전 시장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이 전 시장 처지에서는 미흡하지만 당의 결정을 따르기로 한 것으로 안다”면서 “당원들도 결국 민심을 수용해 중재안이 전국위원회를 통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주장하는 원칙은 고무줄 원칙”이라며 “박 전 대표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탈당을 해 놓고 이제는 민심을 많이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박근혜 前대표
“화투칠때도 한번 룰 정하면 안바꾸는데…”
캠프 격앙… 일부선 姜대표 불신임 첫거론
박근혜 전 대표는 9일 강재섭 대표의 경선 룰 중재안에 대해 “다 어그러졌는데 기가 막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전 연정국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 충청포럼’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지역에 사는 사람 표는 1표, 다른 지역 사람 표는 2표 또는 젊은이는 1표, 노인은 2표식으로 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표의 중재안 중 여론조사 반영비율 산정 때 적용하는 비당원 투표율을 최저 67%로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기자들에게 “여러분이 생각해 보세요. 그런 걸 받아들여야 하는지”라며 중재안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박 전 대표는 “(강 대표의 중재안은 지금까지의) 기본 합의를 깨고 당헌 당규 82조에 규정된 유효투표의 20% 반영 규정에도 어긋나며 민주주의 원칙인 표의 등가성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에 앞서 특강에서도 “자신이 확실히 이기는 규칙이 될 때까지 규칙을 바꾸고 또 바꾸자는 식으로 하면 끝이 없다”며 “화투를 칠 때에도 한번 룰을 정하면 바꾸지 않는데 정치권부터 원칙을 지키는 것을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하루 종일 격앙된 분위기였다.
캠프 핵심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회의를 열어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캠프의 원내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유불리를 떠나 최저치를 보장하는 것은 보통선거의 표 등가성 원칙 등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인데 헌법과 마찬가지인 당헌을 마음대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경선에 불참하거나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원칙만 훼손되지 않는다면 경선에는 참여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강 대표의 중재안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안”이라며 “이 전 시장이 민주주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비당원 투표율 67% 의무 반영에 대해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런 창피한 안으로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뽑을 수 없다”며 “강 대표의 중재안이 얼마나 잘못된 안인지 국민을 상대로 홍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캠프 차원에서 강 대표 체제를 불신임할 가능성도 처음 거론됐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이혜훈 의원은 “지도부 불신임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4·25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후 당 지도부 총 사퇴론이 제기됐을 때 강 대표를 재신임한 바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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