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표는 이날 “15일 상임전국위원회까지 중재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대선주자 간에 별다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표직을 더 수행할 수 없다. 국회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경선 룰 논란으로 더는 당이 혼란에 빠져선 안 된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없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나 대변인은 “강 대표의 의원직 사퇴는 정계 은퇴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 대변인은 “강 대표가 합의정신과 명분에 따라 사심 없이 중재안을 만들었는데도 논란이 종식되지 않고 분란 사태로 가는 것에 개탄하고 있다”며 “국민과 당의 화합을 위하여 경선 룰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특히 “내가 무슨 옆집 똥개도 아니고 더는 구질구질하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 끼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을 더는 보이지 않겠다는 것.
강 대표가 이날 의원직까지 내건 것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합의를 요구하는 압박 카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강 대표의 결단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김학원 상임전국위원회 의장이 강 대표의 중재안 상정을 거부하겠다고 한 데다 현재로선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15일까지 경선 룰에 합의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강 대표의 결단이 너무 늦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당직자는 “강 대표는 4·25 재·보선 참패 후 사임 압력에 몰렸다가 ‘빅2’ 때문에 살아남았을 때부터 이미 대표로서 힘을 잃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 전 시장보다 박 전 대표와 가까웠던 강 대표가 이 전 시장으로 말을 갈아타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강 대표가 의원직 사퇴 의사까지 밝히면서 최후통첩을 한 것이 이 전 시장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것.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는 “강 대표는 그렇게 정치공학에 능한 사람이 아니다. 대표로서 심각한 분열 위기까지 이르게 된 데 책임을 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1997년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박 전 대표를 다음 해 4월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나오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가 지역구인 강 대표의 설득에 따라 출마한 박 전 대표는 당선됐고, 박 전 대표도 지난해 7월 대표 경선 때 강 대표를 적극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재·보선 참패 직후 강 대표가 위기에 몰렸을 때도 박 전 대표는 강 대표를 옹호했으나 이번 중재안으로 관계가 돌변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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