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수원에서 열리는 권선구와 장안구 당원간담회에 잇따라 참석한다. 그는 아직까지 특별한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 계획을 잡아놓고 있지는 않지만 당원간담회를 전후로 기자들의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커보인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강 대표의 중재안에 반발하며 사흘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찾아가 농성 해제를 당부했다.
그는 당사 출입구에서 농성중인 시위대에 "이렇게 하는 것은 나에게 도움이 안된다"면서 "빨리 해산하라"고 말한 것으로 박 전 대표의 이정현 공보특보가 전했다.
여러 측근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박 전 대표는 '원칙고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상임전국위원들의 현명한 선택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 대표 중재안 가운데 일반국민 선거인단 투표율을 67%까지 보장해 주는 규정은 1인1표라는 보통선거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고, 경선 룰은 애초 자신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강 대표가 합의했던 경선준비위원회 안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강 대표나 이 전 시장이 뭐라고 하든 변한 게 없고 흔들리는 것도 없다. 입장이 변한 게 없는 만큼 설사 말씀을 하더라도 좀 더 강조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우선은 내일 상임전국위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강 대표 사퇴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중재안을 받는 것 밖에 없는데 그게 되겠느냐"면서 "이 전 시장과 강 대표가 풀 문제지 박 전 대표측에서는 풀 게 없다"고 공을 상대에게 넘겼다.
최경환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은 없다', '1000표를 줄 테니 합의대로 하자'고 말할 정도로 강하게 나갔는데 더 이상 어떻게 말하겠느냐. 새로운 내용은 없다"고 단언하고, "이번 중재안은 이 전 시장이 재보선 참패로 흔들리는 강 대표에게 자리를 보전해준다는 조건으로 밀어붙여 나온 것인 만큼 이 전 시장이 결자해지해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 캠프는 중재안의 상임전국위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가용 인력을 풀가동해 중립 지대로 분류되는 상임전국위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캠프측은 여야간에도 선거법 협상은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국회 관례인 만큼 경선 룰 역시 날치기로 일방 처리해서는 안 되며 날치기로 중재안이 상임전국위를 통과될 경우 '이런 식이라면 경선은 없다'는 박 전 대표의 말처럼 당은 파국을 면할 길이 없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서도 박 전 대표측은 중재안이 상임위에 상정될 경우에 대비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캠프 관계자는 "상임전국위 이후 상황에 따라 박 전 대표가 대국민호소문이나 담화문을 발표해야 한다는 방안이 캠프 내에서 검토되기도 했다. 다만 오늘은 타이밍이 아니다"면서 "만약 중재안이 가결되면 박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담화문 등을 발표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고 그 내용은 '이런 식이라면 경선은 없다'는 연장선상에서 생각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임전국위에서 중재안이 부결돼 강 대표 체제가 와해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임시전대나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이 당을 독점하거나 완전히 접수하려고 마음을 먹을 것"이라고 말해 그에 따른 대응 방안도 논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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