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北-美문제로만 보는 건 위험” “부시, 北HEU 의혹 의도적 과장”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세종연구소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14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주최한 ‘2007년 서울-워싱턴 포럼’에선 한국과 미국의 외교안보전문가들이 북핵문제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 양성철 전 주미대사, 임용순 전 성균관대 대학원장. 김재명  기자
세종연구소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14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주최한 ‘2007년 서울-워싱턴 포럼’에선 한국과 미국의 외교안보전문가들이 북핵문제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 양성철 전 주미대사, 임용순 전 성균관대 대학원장. 김재명 기자
‘서울-워싱턴 포럼’ 설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참모들이 근시안적이고 이론적인 도덕성의 함정에 빠져 국제사회의 도덕적 지도자로서의 책무를 망각하지 않기 바란다.”(양성철 전 주미대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군사적 효과보다는 한국 국내정치의 정신분열 증상에 대한 사례연구로 더 흥미가 있을 것 같다.”(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한국과 미국의 전직 고위 외교관들이 14일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07년 서울-워싱턴 포럼’에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과 대북포용정책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한미관계의 신뢰회복과 역동성’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켈리 전 차관보를 비롯해 잭 프리처드 전 대북교섭담당특사,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HEU 프로그램 진실 공방=첨예안 공방은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를 몰고 온 북한의 HEU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의혹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설전의 주인공들은 2000∼2003년 주미대사를 지냈던 양 전 주미대사와 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북한의 HEU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한 켈리 전 차관보,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등 3명.

양 전 대사는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과장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당시 북한의 HEU프로그램 개발을 의도적으로 과대 포장했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사는 “HEU 프로그램이 제네바합의를 파기해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할 만큼 중대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라며 “2002년 당시 대북 외교정책에 관여했던 미국정책 입안자들은 책임을 져야한다”고 켈리 전 차관보를 직접 겨냥했다.

이에 대해 켈리 전 차관보는 “당시 미 행정부가 수집했던 북한의 HEU 프로그램 개발 관련 정보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트로브 전 국무부 과장도 “방북 당시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은 통역을 통해 ‘HEU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당시 북한이 1990년대 말부터 HEU 프로그램 개발을 추구했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북정책 시각차 드러내=이날 포럼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시각과 대북정책, 한미관계에 대한 이견이 드러나기도 했다.

임동원 세종재단이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워싱턴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강경파들이 북한 체제교체 정책을 취하면서 북-미 양국 간의 불신과 대립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켈리 전 차관보는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정책 목표로 채택했던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날 발표문을 통해 “한국 사람들이 북한의 핵에 별로 위협을 느끼지 않고 북핵을 단지 미국과 북한의 문제로 보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자 심각한 실수”라며 한국의 대북인식을 비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