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내놓은 중재안에서 촉발된 ‘경선 룰’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14일에도 박근혜 전 대표의 태도는 완강했다. 이날 경기 수원시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 참석한 박 전 대표의 격려사에도 ‘원칙’ ‘약속’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나왔다.
그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싸우지 말라고 하는데 원칙을 어기고 어떤 요구를 해도 받아들이라는 것이냐”며 “(경선 룰 논쟁을) 끝도 없이 계속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합의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양보 카드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도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3월 경선준비위원회에서 합의한 ‘8월-20만 명 경선’의 원칙과 약속을 깨고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 전 시장 측인데, 결과적으로는 이 전 시장이 크게 양보한 것처럼 비치는 것 아니냐는 판단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측 김무성 의원은 “경준위 합의안에 없는 전국 동시투표 방안을 우리가 받아들인 것은 크게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순회 경선을 하지 않고 하루에 동시투표를 하게 되면 국민의 참여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규택 의원도 “전국 동시투표 방안이나 여론조사 하한선 보장 조항 모두 똑같이 우리에게 불리한 것인데 왜 수용하느냐”며 “전국 동시투표를 해서 비당원 투표율이 70∼80%로 올라가면 67% 하한선을 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캠프 일각에서는 “원칙의 승리”라며 기뻐하는 분위기도 보였지만 이번 파문이 이 전 시장의 양보로 수습되는 모양새로 굳어질까 우려하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최경환 의원은 “이 전 시장이 판단은 잘 했지만 결국 ‘무리수’가 좌절된 것 아니냐”며 “다시는 이런 무리수를 둬서 당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며 이 전 시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재원 의원도 “이번 논란은 경준위 합의 내용을 원칙도 없이 여러 사람들이 계속 어떻게 건드려 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더는 경선 룰 때문에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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