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극적으로 ‘경선 룰’에 합의하고 15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합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사실상 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하지만 경선 룰 파동에 대한 양 캠프의 이해득실 평가가 다른 데다 후보 검증, 선거인단 구성, 여론조사 방식 등 분란의 소지가 될 쟁점들도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증 문제에 대해선 양측의 주장과 해법이 크게 달라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양 캠프의 경선준비위원회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이 전 시장 측 박형준 의원과 박 전 대표 측 김재원 의원에게서 경선 전망과 쟁점 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양 캠프 모두 양보를 했거나 손해만 봤다고 한다.
▽박형준=강재섭 대표의 쇄신안과 경선 룰 중재안 수용 과정에서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원칙과 상호 합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우리 요구를 양보했다. 당의 화합과 단결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칙과 합의를 지켰는데도 박 전 대표의 기득권 지키기가 원칙인 것처럼 잘못 비친 것이 우리가 손해를 본 부분이다.
▽김재원=손해 본 것은 없다. 경선 룰에 대한 경준위 합의안이 엄연히 있는데도 이 전 시장 측에서 계속 바꾸려고 시도하니까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원칙이 승리한 것이다. 우리는 당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선거인단 규모를 늘리고 전국 동시투표를 하자는 강 대표의 중재안 부분을 받아들인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중재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어 이 전 시장이 선수를 쳤다는 의견도 있다.
▽박=전혀 아니다. 박 전 대표 측의 수용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로지 당 화합이라는 국민 여론을 생각해 내린 결단이다.
―이 전 시장의 중재안 수용 발표 이전에 박 전 대표가 대국민 담화를 하려 했나.
▽김=그런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강 대표의 처지 등을 고려해 하지 않았다. 지나간 것에 대해 말하는 건 곤란하다.
―검증 공방이 치열할 것 같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박=정정당당하게 임할 것이다. 하지만 흑색선전 선동에 대한 분명한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 본선 승리를 위해 당이 국회에 제출한 정치공작금지법 기준이 당내 검증에도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 검증은 국민검증위원회를 통해 하게 돼 있지만 청문회 같은 제 살 깎기식 검증은 안 된다. 정제된 방법으로 해야 한다. 검증 범위도 사실관계에 근거해 증명을 첨부하는 식으로 엄격하게 해야 한다.
▽김=국민검증위원회에 검증 대상, 예를 들면 후보자의 도덕성과 정책 등을 어떻게 검증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고 명문화돼 있다. 여기에 따라 철저하고 충실하게 하면 된다. 청문회 역시 이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최대한 구체적이고 폭넓게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당의 후보 청문회에 동의하나.
▽박=우리끼리 하는 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지만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충분한 답변을 준비해 놨다.
▽김=반드시 필요하다. 청문회는 후보별로 이뤄지는 게 좋다.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없지만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나갈 생각이다.
○ 경선체제와 여론조사 방법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은….
▽박=민심을 앞세워 당심을 끌고 가는 전략을 펼치겠다. 정책과 민생 행보를 중심으로 하면서 국민이 ‘일 잘할 것 같은 대통령’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이 전 시장의 브랜드를 확대 발전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
▽김=건전한 정책 대결을 중심으로 경선에 임할 것이다. 특히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지도자가 우리나라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지, 권력을 잡고 있는 여권의 정치 공세에 대항할 후보가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각인시켜 경선 승리를 이끌어 낼 것이다.
―여론조사 방법이나 기관 선정, 대상 등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데….
▽박=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여론조사 전문위원회를 두고 전문가를 영입해 여론조사 기관 선정이나 방법 등을 정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여론조사 대상은 전 국민으로 해야 한다.
▽김=여론조사 관련 사항은 여론조사 전문위에 일임하면 된다. 다만 여론조사 질문 방식이나 대상은 지금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