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일부 정치인만 득보는 지역주의 잔존”

  • 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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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모인 정치권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2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김경제 기자
광주에 모인 정치권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2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김경제 기자
극장에서 만난 3인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왼쪽부터)가 18일 광주 시내 한 극장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의 제작발표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광주=연합뉴스
극장에서 만난 3인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왼쪽부터)가 18일 광주 시내 한 극장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의 제작발표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광주=연합뉴스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의 5·18민주화운동 27주년 기념식장.

행사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지역주의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민주세력 무능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연단 아래에 앉은 비(非)한나라당 대선주자 대부분은 노 대통령의 연설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노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기념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민주세력 무능론’ 민망=노 대통령은 이날 “정말 입에 올리기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우리 정치에 아직도 지역주의가 남아 있다”며 “지역주의는 어느 지역 국민에게도 이롭지 않다. 오로지 일부 정치인에게만 이로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정치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를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부패정치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열린우리당 해체를 주장한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최근 정, 김 전 의장을 비판하면서 ‘호남-충청 연합론은 지역주의’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광주 시민들에게 열린우리당 해체 및 민주당과의 합당 반대를 직접 호소한 것.

또 노 대통령은 “요즘 민주세력임을 자처하는 사람 중에도 민주세력이 무능하다거나 실패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민망하다”며 “군사독재가 유능하고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 군사정권의 업적은 부당하게 남의 기회를 박탈하여 이룬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 번 더 하자”=기념식을 마친 노 대통령은 광주 전남지역 경제인과의 오찬에서 “국민의 정부 정책, 참여정부 정책으로는 대세를 바꾸기에 역부족이다. 한 번 더 하자”며 정권 재창출을 역설했다.

2차 국토균형발전계획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선거판에 국회에 내놓고 밀어붙여 보자”며 “‘사실 선거공약은 어음 아니냐. 그런데 우리가 통과시켜 달라는 법은 수표’라면서 해볼 것”이라고 대선전 입법 추진 방침을 밝혔다. 이 계획의 핵심은 지방 이전 기업에 법인세 경감 등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농담조로 “대운하를 만든다는 사람도 있고 하니까 건설 물량은 끊임없이 나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을 빗댄 것.

▽‘현 정부 성공 못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날 행사에 참석한 민생정치모임 천정배 의원은 노 대통령의 ‘민주세력 무능론’ 반박에 대해 “민주화 세력의 자기비판에 대해 언짢은 말씀을 하셨다.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도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나 중도개혁통합정당 김한길 대표, 민주당 박상천 대표 등 정당 대표들에게 의례적인 악수만 건네고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 전 의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혁규 의원 등 열린우리당 내 예비 대선주자들은 행사장에서 함께 앉았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고교-대학 동기인 김 전 의장의 옆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그러나 민생정치모임 천 의원은 이들과 떨어져 앉았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원래 국회에서 온 인사와 행정부 인사의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었는데 정치인들이 자기 마음대로 앉더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광주=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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