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앞에서도 냉랭했던 李-朴…대화도 없이 악수만

“佛心 잡자” 종단대표와 인사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연등축제에 참석해 불교 종단 대표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1년전 치료 감사합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지난해 피습 사건으로 다친 자신을 치료했던 연세대 의료진과의 오찬에 앞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봉축법회에 함께 참석했지만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들은 내빈석에 나란히 앉았지만 악수만 나눴을 뿐 대화를 하지 않고 각자 정면을 쳐다보거나 안내 책자만 뒤적였다.

이 전 시장은 20일 박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 “(경선 승복 논란은) 경선 후보로 등록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경선에 불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이) 깨졌으면 하는 사람도 있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섞여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선 승복 서약’에 대해 “당에서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며 “등록하는 것 이상의 서약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시장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정책이 일괄적으로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시에 바꾼다기보다 당장 모순되는 것을 바꿔야 한다.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 예외 규정을 두거나 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해 “이해가 부족했거나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오전 경남 합천군 해인사를 방문해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주지 현응 스님과 환담하면서 “물길이 이어지면 마음도 연결된다”며 한반도 대운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연등행사에 참석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캠프 대변인에 박형준 진수희 의원과 장광근 전 의원을 임명했다. 박 의원은 캠프에 상근하는 대변인 역할을, 장 전 의원은 수행과 함께 현장 대변인 역할을 각각 맡는다. 진 의원은 인터넷 부문을 맡는다. 선대위원장에는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비서실장에는 주호영 의원이 내정됐다.

박 전 대표는 20일엔 외부 일정 없이 보냈다. 19일에는 모교인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 위치한 성심여고 개교 50주년 기념 가족잔치에 참석했다. 이 학교 8회 졸업생인 박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수녀님과 선생님들께서 잘 가르쳐 주신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는 것 같다”며 “큰 은혜에 보답할 길은 국민 모두가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선주자 검증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온 박 전 대표 측은 최근 이 전 시장의 잇단 ‘말실수’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자신이 실수라고 인정하고 있고 국민도 잘 판단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